이번에 본 인도판 리어왕은 배경을 인도로 옮겨왔다는 것만 빼고 그전 리어왕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줄 알았다. 마지막 라스트신을 보기 전까지는. 이미 2009 아시아 연극연출가워크샵이 끝난 관계로 결과를 얘기한다고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말해보면 이번 작품은 비극이지만 끝은 해피엔딩이다. 란비왕(리어왕)과 막내딸 카비타(코델리아)는 죽지 않고 카비타가 여왕이 된다는 내용이다. 악독하고 잔인한 리어왕의 두 딸 라트나(거너릴)와 미라(리건),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고 아버지 비람데프(글로스터)마저 죽게 한 패륜아 우다이 라지(에드먼드)의 비극적 종말은 다른 리어왕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이제까지 봐온 리어왕 중 이번 리어왕에 등장한 라트나(거너릴)와 미라(리건)가 가장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들로 묘사된 것 같다. 아버지 리어왕을 버린 것도 모자라 이번엔 둘 자매가 남편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죽이고 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인공 란비왕을 맡은 배우분의 연기. 란비왕이 두 딸로부터 버림을 받고 충격으로 미쳐가는 과정이 연극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데 너무 맹숭맹숭했다. 그동안 다른 극단들의 리어왕에서 리어왕의 카리스마 넘치는 광기어린 연기만 봐온 탓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셰익스피어 리어왕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리어왕 자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