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입장하면서 바로 연극은 시작되었다. 배우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시장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여배우분은 입장하는 관객에게 일일이 인사를 해주셨다. 원인모를 병으로 인해 인구 80십만의 도시가 쑥대밭이 된다. 마구 죽어나가는 인간들. 언제나 그러듯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먼저 병으로 쓰러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급속도로 번지는 병 앞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 속수무책일 뿐인 사람들. 연극 곳곳에 사회풍자가 많았는데 지금의 현실과도 너무나 닮아있어 연극을 보는 내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가벼운 그리고 장난 같은 죽음들을 보면서 나약한 인간의 운명에 연민을 느끼면서 눈앞의 인물들이 현재의 우리들과 오버랩 되는 걸 보면 나 자신도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에 알아본 바로는 이 살인놀이란 작품이 그나마 이오네스코의 작품(부조리극) 중에서 가장 조리 있는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노부부가 무대를 수십 바퀴 돌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극단적으로 염세적인 할아버지와 매사 긍정적인 할머니의 대화 속에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너무 길어 계속 집중해서 듣기가 힘들었다. 아무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연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