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목이 특이해서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연극 <황소, 지붕위로 올리기>. 연극을 보고나서야 왜 제목이 <황소, 지붕위로 올리기>인지 알게 되었다. 이미 결혼한 관객들에겐 공감을 싱글들에겐 결혼생활의 적나라한 실체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아무튼 두 사람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같이 산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남편 역의 함태영씨와 아내 역의 양도연씨 모두 흠잡을 때 없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멀티맨으로 나온 이름이 특이한 장격수씨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연극이 한층 재미있었다. 요즘은 멀티맨의 활약에 따라 작품의 재미가 좌우되는 공연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에 따라 멀티맨의 등장이 많은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 지는 것 같고. 연극은 교사인 부인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5년째 실직 중인 남편이 가사를 하는 아이 둘을 둔 부부가 어느 날 부인의 제안으로 갑자기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과거의 일들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너무 사소한 일들로 서로에게 화를 내고 상처를 입히지만 결국 부부란 살아가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성지를 함께 찾아가는 동반자란 것을 보여주는 연극이었다. 결혼한 부부의 사소한 일상들을 너무 리얼하게 보여준 덕분에 결혼에 대한 환상은 확실히 깨졌지만 그런 솔직한 부부의 모습이 훨씬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어차피 산다는 게 사소한 일상의 연속이고 그 일상 속에서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 황소를 지붕위에 올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울지라도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게 부부의 삶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