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짙은 안개를 해무라고 한다.
파도와 폭포 속에서도 길은 보이지만 해무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해무는 무섭다.
송새벽이 돌아온 연극으로 화제가 된 '해무'는 공미리 잡이를 하는 선원들이 거듭된 조업실패로 상황이 안 좋아지자 조선족들의 밀항을 도와 희망의 출항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먼저 해무의 무대인 대학로 예술극장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과 시간이 바뀔 때마다 움직이는 거대한 배와 조명 장치, 리얼감을 실어 주는 안개는 연극 해무의 깊이를 느끼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대형 스피커에서는 상황에 맞는 음향 효과가 적절하게 흘러 나옵니다.
해무는 2007 히서연극상을 수상하고 2007 연극베스트7에 선정되면서 화제가 되었으며 송새벽이 충무로에 갔다 돌아와 2011년 다시 관객들 앞에 서게 됩니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역시나 송새벽님이죠.
해무에서도 송새벽님의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말투인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배우분들도 진짜 선원들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스케일이 큰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지며 해무는 관객들에게 대형 연극의 깊이감을 선사해줍니다.
사실 저는 해무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기대됐던 것이 있었습니다.
조선족들의 밀향을 도우면서 갈등의 불을 지피는 극적인 장치가 있는데 이것이 터지면서 어떤 심리극이 펼쳐지냐는 것이었습니다.
섬뜩한 여성의 음성이 분위기를 무겁게 하며 선원들의 심리적인 갈등이 시작되면서 마치 공포 스릴러로 이어가는 분위기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공포스럽고 극한 심리 스릴러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인듯한 곳에서 그들은 인생과 생명의 대한 고뇌를 늘어 놓습니다.
갈등이 시작되면서 서로를 믿지 못 하는 상황은 지금까지 수 많은 공포 스릴러 영화에서 접했었습니다.
존 카페터의 '괴물'이라던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스트'등이 대표적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의 지속과 극적인 결말을 기대했지만 우리가 접해온 작품들에 비해서는 많이 평범한 편입니다.
이야기 흐름이 스릴러로 극적으로 바뀌지만 그 분위기를 오래 끌고 가지는 않습니다.
원래 의도를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극 소개에도 스릴러라고 되어 있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형 연극 해무는 송새벽님을 비롯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스케일 큰 무대 장치 덕분에라도 연극 마니아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작품입니다.
항상 송새벽님의 코믹 연기만 보던 저는 그의 광기와 슬픔에 빠진 모습을 보게 되서 기뻤습니다.
2007년 연우소극장을 시작으로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끝임 없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뤄낸 2011년 해무는
선원들의 고뇌를 마무리라도 하듯 선장의 마지막 울부짖음으로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겨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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