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죽기
여자, 사랑을 이야기하다. 남자, 사랑을 품다.
아프리카에서 죽기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같긴 했지만 아프리카에서 죽기는 또 뭘까?
연극 아프리카에서 죽기는 같은 상황 속
남녀의 서로 다른 시선을 다룬 공연이었다.
간단히 설명하하면
회사 일로 바쁜 아내와 꿈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구직중이나
결론적으로 집안일을 도맡은 상태의 남편.
아내의 불알?친구이자;;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인 이웃사촌
그 세 인물의 각기 다른 시선을 표현한 이야기이다.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남자의 모습과 여자의 모습이 아닌
역할이 바뀐 상태의 이야기이라는 것이다.
흔히 충돌이 생기면 빠지지 않고 내뱉게 되는 말..
"네가 나라면.."
하지만 실제론 그 역할이나 상황을 바꿀 수 없기때문에
충분한 공감을 얻고 이해받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이 극이 대신 실현해주고 관객은 제삼자가 되어
그 상황을 냉철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내.의 시선
온전한 여자로서 극한 상황에서도 여지없이 로맨스를 꿈꾸며 살아간다.
남편으로부터 그 사랑을 이해받고 싶어하고,
열심히 애교도 떨고 끊임없는 관심과 대화를 원한다.
하지만 남편은 나를 버려둔채 떠나려고만 하고, 무뚝뚝하며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낸다.
대화도 되지않고 무턱대고 화만내는 남편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남편에게 받은 상처는 책과 친구에게서 치료받는다.
내 상처가 아프고 힘들지만 더이상의 아픔은 싫다.
나의 욕구 반쯤은 포기한 채 "당신 하고싶은 대로 해요"
남편.의 시선
온전한 남자로서 전후사정이란 없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직접적인 것만 따르고 믿는다.
실질적인 경제권을 쥐고 있는 아내는 모든 것을 강요하고 명령한다.
여자다움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를 남자로 보기는 하는 걸까?
바쁜 아내는 내겐 관심도 없다.
밥벌이도 못하는 나는 대화의 가치도 없이 매번 무시당한다.
친구와의 깊은 유대감. 역시나 나는 어디에도 없다.
자존심이 상한다.
나와 같은 처지의 동기를 돕는 것쯤으로 아무도 몰라주는
나의 힘겨움과 자존심을 스스로 위로한다.
친구.의 시선
부부의 친구이긴 하지만, 좀더 긴 여자와의 우정때문인지 이루지 못한 사랑인지
여하튼 아내.의 시선과 흡사하다. 그리고 거기에 연민까지 더해졌다.고 보면 되겠다.
이 공연을 보기 전엔 유쾌한 공연인줄 알았는데,
극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공연의 무직함이 가슴 언저리에 뭉쳐있는 듯하다.
사실, 남자와 여자가 다름을 모를만큼 어린 나이도 아니고 순진하지도 않다.
단지 그 사실을 믿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뿐이다.
"내 사랑만큼은.." 이라는 이유없는 특별함을 덧씌워놓고
그 잣대로 상대를 바라보며 울고 웃는 나..
그 어린 마음조차도 역시나 위로 받고자 욕심을 내는 나..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숨기고 있다가 그 공연을 통해 다 틀켜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날 발가벗긴 이 공연.. 몹시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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