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행복"의 관람을 위해 찾은 아티스탄홀!
소극장같지 않은 소극장으로 1, 2층으로 나뉜 객석의 수가 꽤 많았다.
일이백명은 족히 입장할만한 규모! 그리고 다른 속극장에 비해 무대가 눈 높이 위에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여튼 행복의 무대는 간결했다. 벤치와 서랍장, 스툴. 끝!
극 중 동화를 읽어주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그때마다 다른 무대장치없이
막을 이용해 기타 분위기가 연출되었는데
거추장스럽지 않고 간단한 것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행복"의 줄거리를 요약하려고 지금 30분이 넘게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먹먹한 느낌만 떠오르고 요약을 못하고 있다;;
결코 복잡하거나 난해한 이야기가 아닌데 이상하게 뭐라 말을 못하겠다는.. -_-^
정우선, 손예진이 출연했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이 공연에선 여자는 웃거나 울면 기도가 막혀 죽는 희귀병을 앓고 있고
남자는 알츠하이머가 진행되고 있지만
자신의 병은 알지 못한채 상대의 병만 알고 서로를 걱정하고 위하는 내용이다.
연극을 관람하는 동안 깨알같은 애교와 재치를 겸비한 사랑스런 아내와 남편
열심히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그들의 사랑을 보며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회상 > 오래 전에 지하철에서 본 일상.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농아커플을 발견했는데 그들이 대화하는 동안에는 그 무엇도 방해되지 않는다.
상대에게 보내는 몸짓, 어렵지만 움찔움찔 표현해내려는 입과 들어내려는 귀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는 그들의 눈!
분명 멀쩡히 작동하고 있는 입과 귀가 있음에도 멀티뜨는 중인 우리의 몸과 달리
온몸을 다해 정성스레 대화하는 그 모습은 내겐 신세계 수준이었다.
부족함이 가져다주는 충만함, 보통의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너무도 쉽게 흘려보내는 일상성과 사랑의 흔적들을 깨닫게 되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어쨌든 또 한참을 잊고 지냈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여전한 나의 모지람과 상대에 대한 감사함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또 변덕스러운 인간으로 -_- 부끄럽지만 순간순간 "너는 왜?!" 라는 욕심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무튼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
이 공연을 이끌어 나가는 배우 두분! 연기부터 일단 폭풍벅참이었는데
후반부로 이어질수록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공연에 쏟아내고 있는 진심이 느껴져
그 감동과 진한 울림이 더 했던 것 같다.
그만큼 몰입도 대단하여 여운도 길게 남아 공연을 관람한 날 새벽까지
살살 달래어 멈추어둔 눈물이었지만 살짝 건들면
폭포수가 될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될 정도였다.
이야기가 즐겁고 행복하게 마무리되면 유쾌한 기분으로 룰루랄라~하며 돌아왔을텐데..
그 찡함이 너무 깊어 사실 좀 아프기까지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 공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