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무>의 원작자 김민정 작가와 <연극집단 반> 박장렬 연출의 신작으로 우리의 아픈 과거 위안부를 소재로 잠고 있다.
어느날 만화 작가 강준의 자살로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 ‘이혈’ .. 유명 만화가는 왜 자살을 했는가? 왜 제목이 이혈인가? ..에 의문을 던지며...
‘이혈, 서로 다른 피...’
이야기는 강준의 유작인 이혈로 전환되어 전개된다.
만화 속에서 주인공 강준은 일곱 명을 죽인 연쇄살인마이자 존속 살인자이다. 형사들에게 단발마 살인마로 추정된 인물 강준. 그는 곧 자수를 하였고 살인의 단서가 된 일기장 그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강준은 고아였다. 어느 날 그를 후원하던 일본인 에이코가 보낸 한 일기장으로 인해 강준은 파멸의 길을 걷기 시작된다.
드러나는 진실.. 강준의 아버지 강한구는 어머니가 죽자 스즈키란 일본 사업가를 찾아간다. 어머니의 웃는 모습 옆에 서 있던 그.. 스즈키는 그녀가 위안부였고, 제국의 하사품이었다며 대수로워하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데 분노, 울컥, 아픔, 고통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ㅜ)
충격 받은 강한구는 충동적으로 복수심에 스즈키의 딸 에이코를 능욕하고, 에이코는 강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강준을 낳고 버리다 최후에 이 모든 과거를 밝힌것이다.
‘위안부였던 소녀, 일본인의 피가 흐르는 사생아 강한구, 복수의 피가 흐르는 강준,
강준은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저주받은 피를 원망하며 그렇게 21세기 살인자가 되었다. (강한구와 에이코를 제외한 살해당한이들 모두 친일이었으며, 망언했기때문에 죽였단다. 이럴때 무엇이 옳고 무엇이 악하다라고 정의하기 참 애매해지는 것 같다. 살인은 악한 행위이지만 그 동기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달까..이래서 선과 악은 양면을 지닌 한 개체가 맞는 것 같다)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사랑을 주지도 받는 법도 모르는 고독한 그의 일그러진 내면을 그의 유작 이혈로 통해 토학질 하듯 뿜어낸다.
한일간의 가해와 피해의 역사 속에서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세대에서 세대로 넘어오며 결국 괴물이 만들어졌고 그 괴물인 강준은 자살로 자멸한다.
오랜만에 진지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 비탄과 절망을 100퍼센트 이해 할 수는 없어도 현실이었던 과거를 통해 현재가 갖는 가치에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또한, 배우의 혼신을 다하는 연기와 긴장감 있는 전개에 몰입도가 높았다. 특히, 주인공 강준역의 원종철 배우는 보는 내내 감탄했다.
상처받은채 사랑을 갈망하는 순수가 있었고, 순간 순간 소름끼치는 그 눈빛과 냉소는 흡사 싸이코패스 같기도 했고,
그 내공이 메소드 연기가 이런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눈도장 쾅쾅!
개인적으로 만족도 높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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