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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로 가는 길(2004, Road to L)





1997년 아드리안 로벨티라는 이탈리아인이 미국작가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음울한 작품들과 이탈리아 피오델타 지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논문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다. 2002년 러브크래프트의 것이라고 추정되는 문서가 발견된다. 문서에는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을 여행하며 쓴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있다. 2004년, 한 무리의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러브크래프트의 문서에 쓰여 있는 그의 흔적을 찾아 피오 델타지역으로 향한다. 그러나 유일한 단서인 이탈리아인 아드리안 로벨티는 이미 7년 전에 의문의 실종이 된 상태이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는 시종일관 음울하고 불확실한 불안감을 품고 있다. 'L'이라고 명명된 이탈리아의 로레오 마을을 거점으로 삼은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러브크래프트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의 작품과 피오델타 지역의 연관성을 찾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제작팀에게 돌아오는 것은 적대적이고 뭔가 숨기려는 듯한 지역주민들의 태도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목격담들이다. 도대체 이 곳에 숨겨진 것은 무엇이고 사람들은 무엇을 그토록 꺼려하는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강행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점점 더 제작팀을 강하게 죄어온다. 어지럽게 흔들리는 카메라와 어둡고 질척한 배경에서 스며 나오는 음습함은 보는 이의 살갗에서 스멀거리며 흘러내린다.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시종일관 따라다닐지도 모를 한기를 느끼기에, 관객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골적이지 않은, 그러나 그보다 더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영화. (박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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