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으로는 <하나비>가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중 가장 성공한 영화처럼 보인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를 수상했고, 해외로 가장 많이 배급된 영화이면서 일본 문화 개방 후 우리 나라에 처음 소개된 그의 영화이고, 다케시 사단이 총 출동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절정에 올라선 느낌이다. 다케시 영화의 7할을 차지하고 있는 비장미와 관조가 이 영화에서는 최고점에 달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케시가 만든 대부분의 다른 영화를 본 사람들(개봉이나 출시가 되지 않았다고 못보는 것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다케시도 일본 비짜 테이프의 인기 감독이었다)은 <하나비>가 그의 영화중 가장 텅빈 껍데기라고 말하는걸 주저 하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한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면, <하나비>안에 너무 많은 게 들어차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케시 영화들은 무언가 하나씩 부재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부재(그의 대부분의 영화), 대화의 부재(<그 여름, 한없이 조용한 바다>), 가족 관계의 부재(<키즈 리턴>외)등 관객이 나름대로의 시선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그런 상실감이 다케시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하나비>에는 그런게 없이 꽉꽉 채워져 있던 것이다. <하나비>에 혹평을 달아준 관객들은 영화가 부족하다고 불평하는게 아니라 너무 풍부한 것이 불만이라고 말하는 것일 수 있다.
1995년 다케시는 실제로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영화속의 호리베 형사처럼 그림 그리기에 몰두 했었다. 그전까지 그림을 그려 본 적도, 배운 적도 없었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사고를 통해 그는 시각적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들은 모두 다케시가 손수 그린 것들이다. 아마추어의 솜씨치고는 상당한 재능이 엿보인다는게 미술가들의 통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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