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두를 던지는 멜로드라마의 계보를 잇는다! 1998년, 29살 처녀들의 속 시원한 수다로 영화계를 발칵 뒤집었던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그야말로 발칙한 영화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처녀가 감히(! ) 섹스와 남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2002년, 영화 <결혼은,미친짓이다>는 한 여자의 두 집 살림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건드려지지 않았던 ‘결혼제도’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시도하며 제도권에 태클을 걸었다. 그리고 2003년, <싱글즈>는 늘어나는 싱글족들의 성과 사랑, 일과 우정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선보이며 바로 내 이야기 같은 솔직담백함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내었다.
한국영화의 명가 싸이더스가 내놓는 2005년 첫 영화 <연애의 목적>은 <처녀들의 저녁식사>보다 발칙하고, <결혼은,미친짓이다>보다 도발적이고, <싱글즈>보다 허심탄회한 너무 솔직해서 기~찬 연애극 이다. 이번 화두는 바로, ‘연애’다.
‘연애’란 지금껏 이상하게 ‘사랑’보다 하위개념으로 취급되며 가쉽거리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따지면 사회가 만들어낸 통념이다. 영화는 통념을 넘어 ‘연애’를 집중적으로 주목한다. 연애의 과정과, 연애의 심리를 면밀히 관찰하여 남녀의 연애에 대해 그 어떤 영화보다 화끈하고 통렬하게 썰(說)을 풀어낸다. 과연 우리에게 ‘연애’란 무엇이고, 솔직한 연애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짚어보는 영화, 그것이 바로 <연애의 목적>이다.
2. 과연‘연애'의‘목적’은 무엇인가?
동서고금, 젊은 남녀의 최대 관심사가 ‘연애’라는 것에 대다수는 동의한다. 하지만, ‘연애’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섹스, 사랑, 결혼 등등 답은 각양각색일 것, 그때 그때 상대 따라 다른 것이라고 하면 그것도 일리가 있다. 신기하게도 이것은 막상 따져보면 점점 헷갈리는 이상한 질문이다. 뻔하다면 뻔하지만, 따져보면 헷갈리는 연애의 목적. 그렇다면 영화는? 다름아닌 ‘연애’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연애’자체를 밀도 있게 파고든다. 극 속의 주인공들은 ‘연애’ 안에서 사랑도 하고, 섹스도 하고 이별도 겪는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진짜 연애를 하는 것이 바로 연애의 목적이며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설령 상처 받는다 해도 ‘연애’는 다시 시작할 가치가 있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웃고, 울고, 지랄, 발광하는 연애한번 못해봤다면 인생 말짱 꽝 이라는 말에 동감하는가? 동감한다면, ‘연애의 목적은 연애’라는 선문답 같은 대답에도 동감할 것이다.
3. 모름지기 적을 알아야 백전 백승! 남과 여, 그들의 연애 심리전!
‘12세부터 30세까지의 남자들의 머리 속을 꽉 채우고 있는 단 한가지는 오로지 ‘섹스’ 다.’라는 말이 있다. ---------------------------------------------------------------- 정말 그럴까? ‘여자의 no는 당장은 yes 가 아니라는 뜻이다’라는 말이 있다. ---------------------------------------------------------------- 정말 그럴까?
연애를 하노라면, 남자는 여자의 심리를 알고 싶어하고, 여자는 남자의 진심을 알고 싶어한다. 하고 많은 연애 교본들이 남자란! 여자란! 을 외치지만, 좀처럼 시원한 해답을 얻기는 어렵다. 상대가 되어보기 전까지는 결코 제대로 알 수 없는 너무나도 다른 두 동물, 남자와 여자. <연애의 목적>은 여자들은 알 수 없는 남자들의 꿍꿍이, 남자들은 알 수 없는 여자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본격 남녀 심리극이다. 목적은 섹스였으되 난무하는 사랑타령에, 밀고당기는 연애 심리전까지... 영화를 보는 동안 당신은 정말 남자들은 저래? 정말 여자들은 그런거야? 라는 질문을 애인에게 던지며, 뜨끔한 가슴을 슬쩍 숨기게 될지도 모른다. 남과 여를 이만큼 통렬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일찌기 없었다.
4. 연애선수들이 쓴 시나리오. ‘연애의 목적’
차승재 대표는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전에 당선된 시나리오를 읽어보다가 싸이더스의<연애의 목적>이라는 시나리오를 발견한 후 즉시 고윤희 작가와 한재림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제작을 제안했다. 당선된 지 3일 만의 일이었다. <연애의 목적>은 신예여성작가 고윤희와 30세의 젊은 남성감독 한재림의 합작품이다. 소위 남자 대표 ‘선수’와 여자대표’선수’가 만나 연애에 대한 장대한 썰을 늘어놓다가 의기투합하여 한달 만에 만들어낸 시나리오이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대사와 발칙한 스토리라인, 무엇보다 뻔뻔하고 당돌한 캐릭터가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잡지책에서 몰래 보던 우리들의 노골적인 진짜 연애이야기를 영화로 가져온 과감함 또한 매력이다. 차승재 대표는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라는 법칙을 이 시나리오만큼 재미있게 표현한 예를 본 적이 없다.’라는 말로 제작이유를 밝힌 바 있다. 연애의 ‘선수’들이 적나라하게 써 내려간 솔직한 연애이야기. <연애의 목적>이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5.허를 찌르는 그들의 대화 , 섹스보다 자극적인 대사의 맛!
“젖었어요?”라고 남자는 대뜸(!) 말한다. 물을 쏟았나? 싶은 순간, 남자는 다시 말한다.“전 지금 섰단 말이에요” 화면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로맨틱한 단풍나무 아래에서 한껏 가을 벤치의 운치를 전하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쨉이다. 여자를 음흉하게 탐색해 보려는 남자의 쨉. 그러나 다음 순간, 여자는 어퍼컷을 날린다. ‘혹시 마약 하셨어요?’ <연애의 목적>은 허를 찌르는 대사의 맛이 일품인 짜릿한 영화다. 때로는 너무 빤히 속이 들여다 보여서 어이가 없고, 어떨땐, 너무 솔직해서 당황스럽다. 이러한 대사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하기도 하고, 섹스보다 더욱 자극적인 상상을 일으키게도 한다. 설왕설래되는 대사 속에 행간의 엉뚱한 의미를 쫒아가는 맛, 함부로 뱉어보지 못했던 적나라한 대사의 자극적인 맛, <연애의 목적>의 대사가 전하는 색다른 재미이다.
6.머 이런 뻔뻔한 놈이 다 있어? / 그년 참 당돌하군 !
<연애의 목적>의 캐릭터는 말 그대로 쉽.지.않.다. 지금껏 우리가 상식적으로 접해왔던 영화 속 캐릭터의 전형적인 기준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처음 만난 여자에게 대뜸 ‘자고 싶다’며 수작을 거는 남자 ‘유림’. 그 뻔뻔함에 턱이 빠질 지경이다. 게다가 얄밉기까지 하다. 결혼은 말고 연애만 하자며 어이없는 이기심을 천연덕스럽게 드러낸다. 여자는 어떤가. 끈질기게 지분거리는 남자가 싫지만은 않은 묘한 심리의 ‘홍’흔들거리는 마음을 다잡아 ‘유림’에게 독하게 퍼댈 때는 세상이 다 얼어버릴 거 같다. 신기한 것은, 이 남자와 여자가 너무 능청스러우니까, 너무 당돌하니까 고놈들 참 귀엽더라는 것이다. 착하지 않은데도 귀여운 남자와, 도도하게 튕겨서 더 땡기는 여자. 이중적인 태도와 성격을 가진 특이한 캐릭터이지만, 그들은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녔다. 두 캐릭터의 가장 큰 매력이다.
7.솔직한 남자 박해일, 속모를 여자 강혜정 그들의 굳히기 한판!
<살인의 추억>에서는 서늘한 눈매로, <인어공주>에서는 맑은 눈망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박해일은 연기력에 있어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충무로의 유망주이다. <올드보이>에서의 강렬한 연기로 관객이 뽑은 ‘최고 여자 배우상’을 수상한 떠오르는 강혜정 또한 충무로가 기대하는 신예 여배우이다. 이렇듯 연기력에 있어 검증받은 두 배우의 조합은 <연애의 목적>을 기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사슴 같은 눈빛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를 꼬시는 박해일을 상상해 보았는가? ‘내 마음 나도 몰라.’ 라고 미묘한 눈빛을 보내는 강혜정은 어떤가. <연애의 목적>은 이들의 눈빛이 드라마틱하게 교차되면서 시나리오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나리오보다 더욱 당돌하고, 뻔뻔한 인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박해일과 강혜정. 그들의 변신은 무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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