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걸맞는 화려한 메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드리큐라2000]은 MTV 감각의 현란한 영상, [매트릭스]에서 도입됐던 와이어 스턴트와 Flow-mo 촬영으로 역동적 카메라 워킹과 액션을 선사한다. 또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매트릭스] 식으로 점프하고 몸을 빙 돌려 날기도 하며, [미녀 뱀파이어] 분위기로 재치있게 말하고, 문란한 섹슈얼리티 속에 흠뻑 빠져 사는 캐릭터들이다. 저음의 부드러운 허스키 보이스에 미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역사상 가장 뇌쇄적인 드라큐라와 영화전반을 휘감고 도는 강렬한 섹슈얼리티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R등급 비주얼 효과와 시종일관 강렬한 '공포 메탈' 사운드!
[드라큐라 2000]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는 R등급의 비주얼 효과와 청각을 자극하는 강렬하고 시원한 메탈 사운드. 달라붙는 흡혈귀를 처치하기 위해 목을 댕강 자르고, 드라큐라와 섹스씬을 벌이는 미녀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방 천정까지 하염없이 치솟는다. 여기에 재미있는 특수효과가 곁들여진다. 비디오 카메라에 드라큐라는 찍히지 않고 가느다란 핏자국이 그어지는 장면, 그림자 없는 드라큐라에 대한 묘사 같은. 게다가 영화 곳곳에 비릿한 피냄새가 풍기는 걸 보면 슬래셔 무비를 보는 듯하다. [드라큐라2000]의 전체 분위기는 섹슈얼하면서도 비극적인데, 가슴 깊이 쓸어내리는 메탈 사운드 또한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육중한 사운드와 프로그래밍 효과, 단순과격한 메탈의 장점과 첨단 세련미가 잘 융화된 음악이 드라큐라의 음울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셜록 홈즈에 이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소재... 드라큐라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많이 영화에 등장한 인물은? 다름 아닌 명탐정 셜록 홈즈. 그리고 홈즈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인물이 바로 드라큐라. 코넌 도일이 창조한 설록 홈즈는 1900년부터 1993년까지 211편에 등장하여 1위의 명예를 차지했고, 드라큐라는 무르나우 감독의 22년작 [노스페라투]에 처음 등장한 이후 159편에 등장하여 두번째로 가장 많이 영화화된 소재로 기록되었다. 드라큐라 배역으로 가장 유명한 배우는 아무래도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큐라]에 나왔던 벨라 루고시. 정중하고 매력적인 드라큐라의 원형을 이루어냈다. 벨라 루고시를 이은 드라큐라 크리스토퍼 리는 무려 8편의 영화에서 드라큐라 역을 한 배우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드라큐라의 능력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껑충 업그레이드됐다. 처음 등장한 드라큐라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다가도 십자가나 마늘 냄새만으로 도망치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수퍼 드라큐라는 인간과 함께 디스코 장까지 가서 한바탕 벌이기도 한다. [드라큐라 2000]의 드라큐라는 은탄환, 빛, 십자가 등 기존의 어떤 것으로도 타격받지 않고 뉴올리언즈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맘껏 '젊음'을 발산한다.
드라큐라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유!
드라큐라 이야기의 원형이 되는 것은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큐라'. 19세기에 브람 스토커의 소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숨막힐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물질주의 시대에 사람들은 반동으로 낭만주의를 선호했으며, 드라큐라는 죽음에 이를 정도의 격렬한 사랑과 동일시되었다. 또한 엄격하고 위선적인 도덕률이 지배하던 시대에 드라큐라는 전에 없이 강한 성적 의미를 갖게 됐다. 즉, 사람들은 성적 욕구를 드라큐라를 통해 만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노스페라투]이후 지금까지 160편에 달하는 드라큐라 영화가 만들어졌다. 짧은 영화 역사에서 하나의 아이콘이 이만큼 만들어진다는 것은 상업적인 이유를 능가하는 사회적 욕구가 반영된 것. 드라큐라의 아이콘은 인간의 어두운 면인 욕망, 소외, 중독, 망상에 대한 상징으로 성장하면서 시대의 불안을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