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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2003, Sea of Silence / Verder dan de Maan)


조용함속에 사건속의 고독 ★★★  moviepan 06.09.01



달나라에 우주선이 도착하고, 반전과 히피 운동이 유럽의 작은 마을까지 뒤흔들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고요의 바다>는 신앙심 깊은 한 시골 소녀 카로의 혼란을 보여주는 성장영화다.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정체성의 문제라는 유럽영화의 전통적 주제를 모던하게 변주하고 있다. 물질과 과학이 우세한 세상에서 한 가톨릭 집안의 소녀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인간의 달 착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카로는 믿어왔던 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고요의 바다’는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달의 표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 소녀의 질문을 통해 영화는 유럽 사회속에서 전통적 가치관과 현대 문명 사이에 놓인 거리의 화해를 꾀한다.

<고요의 바다>는 벨기에와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공동으로 제작했으며 네덜란드 북부와 브뤼셀 지방에서 43일간 촬영됐다. 1960년대 유럽 농촌의 삶이 영화 속에서 고즈넉하게 담긴다. 격동의 시기, 세상은 온통 궁금증 투성이지만 그 속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주인공 카로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고 있다. 카로가 성찬식을 기다리며 신과의 만남을 꿈꾸는 것이나,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는 아버지의 음주 습관 등이 스틴 코닝스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반전운동과 히피문화의 격랑 등 변화하는 시대상과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더욱 날카로운 관점을 견지할 수 있음에도, 감독은 의도적으로 무거운 요소들을 피하면서 보다 넓은 종교적 차원에서 모든 혼란들을 끌어안는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영화의 무대가 낯설고 고요한 시골 마을이기 때문이다. 마치 잉그마르 베르히만과 로베르 브레송의 고전영화를 보는 듯 <고요의 바다>는 스틴 코닝스 감독의 원숙한 화법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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