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베트남 하이퐁에서 태어난 람 레(Lam Le)감독은 프랑스에 유학하여 영화를 공부하다가 1981년 중편 데뷔작인 <Rencontre clouds and dragon(Encounter of Clouds and the Dragon)>을 발표한다. 2년 뒤에는 베트남에서 촬영한 그의 첫번째 장편영화 <Poussiere d'empire(Dust of Empire)>를 선보이며 아시아인으로서 프랑스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97년 람 레 감독은 에릭 휴만(Eric Heumann) 감독에게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영광을 안겨준 <Djema Port>에 공동각본가로 참여했다. 에릭 휴만은 왕가위 감독의 <2046(2004)>, 허샤우시엔 감독의 <밀레이엄 맘보(2001)>, 레지스 와그니어 감독의 <인도차이나(1992)> 등 아시아권 영화와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1998)>, <율리시즈의 시선(1995)>, <안개속의 풍경(1988)> 등을 제작한 유명 제작자이다.
감독은 2006년 <20일 밤, 그리고 비오는 하루>를 발표하면서 아시아인과 서구인의 시선을 융화시키는 재능을 확인시켜 주었다. 서구인들에겐 이국적인 자바 섬의 모습이 단지 오리엔탈리즘의 환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존재적 결핍과 부재를 치유하는 공간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되었다. 베트남에서 태어나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람 레 감독의 남다른 이력이 동서양을 바라보는 시선에 안정감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