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기봉이 명실 공히 우리 시대의 대가가 되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결코 상업영화의 영역 밖으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매 작품에 자신만의 인장을 새겨 넣었던 그는, <흑사회> 연작을 통해 본토 반환 이후 홍콩 사회의 윤리적 혼돈상태에 대한 근심을 포스트 홍콩 갱스터 장르의 스타일과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두기봉의 필모그래피에서라면 오히려 예외적인 작품이었던 게 사실이다. 의리라는 낭만적 가치에 사로잡힌 갱스터 장르의 영웅들을 동시대 홍콩, 급변의 공간에 던져 놓을 때 생성되는 부조리한 유머야말로 두기봉만의 영화적 감성이라 할 만한 것이며, <미션>은 그러한 감성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미션>의 배우들을 데리고 마카오로 건너가 찍은 <익사일>은 <흑사회>의 어두운 리얼리즘과 <미션>의 스타일리시한 낭만주의가 결합된 작품으로 (현재까지의) 두기봉 영화의 집대성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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