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멕스(2006, Drama/Mex)
배급사 : (주)미디어소프트필름
수입사 : (주)미디어소프트필름 /
영화에 대하여
<달콤 쌉사름한 초콜렛 (알폰소 아라우 감독, 1992)>, <이투마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 2001)>의 뒤를 잇는 멕시코식 러브스토리 <드라마맥스>는 멕시코 3세대 감독이라 할 수 있는 제랄도 나란죠(Gerardo Naranjo)의 최신작이다. 2006년 칸느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었고 2007년 7월17일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투마마>의 주연배우로 현재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두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아모레스 페로스(2000)>, <모터싸이클 다이어리(2004)> 등 출연)과 디에고 루나(<프리다(2002), <더티댄싱:하바나 나이트(2004)> 등 출연)가 제작을 맡아 <이투마마>의 새로운 버전임을 암시하고 있다.
아름다운 페르난다(디아나 가르시아)와 페르난다의 아버지가 강제로 결별시킨 가난한 전 남자친구 차노(에밀리오 발데즈). 페르난다의 현재 남자친구로 차노의 출현에 껄끄러워 하고 있는 곤잘로(후안 파블로 카스타네다). 해변에서 관광객을 등치는 못생기고 뚱뚱한 티그릴로(미리아나 모로)와 회사 봉급을 횡령해 도주중인 제이미(페르난도 베셀릴). 이렇게 5명의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사랑과 배신, 그리고 섹스의 3중주가 멕시코의 유명한 휴양지 ‘아카풀코’를 배경으로 약 90분 동안 펼쳐진다.
영화 시작과 함께 도발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관능적인 여인의 몸이 클로즈업 되고 한남자가 그녀의 침실을 강제로 쳐들어와 강간한다. 하지만 이내 여자는 남자를 받아들이고 끈적거리는 섹스에 심취한다. 이는 제작자들의 전작 출연작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이투마마>와 매우 흡사한 분위기이다. 한편 아카풀코 해변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두 마주치게 되는 다섯 인물들의 복합적인 만남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의 또 다른 주연작인 <아모레스 페로스>와 유사하다. 사랑과 배신으로 일그러진 연인들이나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 중년남성, 그리고 세상을 아직 모른 채 방황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를 축소해 놓은 또 하나의 작은 사회를 엿볼 수 있다.
이야기의 한 축은 삼각관계.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면서 서로에게 증오의 감정을 드러내지만 곧 침대 위에서 과거의 애정을 강제적인 방법으로 확인하고 다시 시작할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페르난다를 둘러싼 지금의 애인과 과거의 애인이 펼치는 살벌한 삼각관계는 점점 더 긴장감을 더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피어난 진한 우정. 볼품없는 뚱보인 티그릴로가 해변에서 역시 볼품없는 뚱보 중년남성 제이미를 꼬셔서 잠자리와 용돈을 해결하려고 한다. 남자가 자살을 하기 위해 해변가 여관에 묵으러 왔음을 알게 된 티그릴로는 본능적으로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곁에 있기로 한다. 두 세대를 뛰어 넘는 이들의 관계는 삶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대응이다.
감독이 얘기하고 싶었던 주제는 이처럼 최상과 최악의 상황이 공존하는 멕시코의 현실인지도 모르겠으나, 멕시코 특유의 섹슈얼리티를 과감하게 표현하며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두 개의 얽힌 사랑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서로 어떤 결말을 맺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아카풀코 해변 모래사장 위로 삶에 대한 진한 의지가 조심스럽게 피어 오른다.
21세기 멕시코 영화의 부활
2007년은 멕시코 영화계의 큰 축복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 데뷔하여 단 세편의 장편으로 현재 가장 주목 받는 감독으로 성장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1963~)’는 2006년 칸느 감독상에 이어, 2007년 벽두에 <바벨(2006)>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뒤 아카데미에도 선택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리 삶의 시공간을 가장 잘 아우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냐리투 감독은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2001)>에서부터 숀팬과 나오미 왓츠 등의 출연한 첫번째 헐리웃 진출작 <21그램(2004)>, 그리고 <바벨>에 이르기까지 매 영화마다3개 이상의 이야기를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마술 같은 연출력을 뽐내온 그이지만, 오히려 그의 능력을 시기한 보수적인 아카데미는 이방인 감독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냐리투 감독의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에는 멕시코 영화제를 짊어질 또 하나의 젊은 영웅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멕시코와 스페인,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배우서로 제작자로서 분주히 활동하며 멕시코 영화를 혼자 짊어 지다시피 하고 있는 시대의 꽃미남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1978~)’이 데뷔한 작품이다. 쿠바의 영웅 ‘체 게바라’의 일생을 다룬 월터 살레스 감독의 작품 <모터사이클 다이어리(2004)>에서 영웅의 순수한 청년기를 완벽하게 재현하였고,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에게 <나쁜수업(2006)>에 나쁜 학생으로 선택 받았다. 배우로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그는 제작자로서 멕시코 영화를 이끌기 시작한다.
<이투마마>에서 호연한 또 한명의 멕시코 스타 ‘디에고 루나’와 함께 제작한 <드라마멕스(2006)>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지나온 영화의 족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투마마>에서 보여주었던 끈적끈적한 멕시코식 러브스토리, 그리고 <아모레스 페로스>에서 보여주었던 다층적인 인물 등장과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혼합하고 정렬하는 탁월한 능력은 <드라마멕스>에서 고스란히 되살아 난다. 2006년 유럽 최고의 영화제 칸느국제영화제와 북미 최고의 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는 기꺼이 여전히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는 멕시코 영화를 반겼고, 저예산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미국에서 개봉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멕시코 남부 해변의 유명한 휴향지 ‘아카풀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멕스>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배신은 격렬한 섹스로 표현하고, 삶과 죽음에 관한 원초적인 질문은 세대를 초월한 우정으로 화답한다. 아카풀코의 해변에 알몸으로 누워있는 젊은 남녀, 그들을 바라보며 삶을 되새김질하는 중년남자와 이제 비로서 삶을 시작하는 어린 소녀, 이들 각자 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삶을 관조하기 시작한 멕시코 영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바벨>에서 시작된 2007년은 <드라마멕스>로 마무리되면서 지구 반대편의 나라 한국에서도 멕시코 영화의 부활은 깊은 인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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