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결코 만만한 기획이 아니었다. 제작기간만 해도 3년 이상이 걸린 왠만한 대작영화에 버금가는 기획과 노력이 투입된 작품이다. 메이저 제작사의 거대자본이 없을 뿐 이 영화의 새로움은 블록 버스터 영화들을 능가한다. 단순히 4편의 단편이 묶인 것이 아닌, 액션의 스펙트럼과 영화적 재미의 극대화을 위한 '하드보일드 액션 릴레이 무비'바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스타일에 따라 스탭이 교체되는 릴레이 스탭 무비. 평소 류승완 감독과 뜻을 같이 하는 충무로 스탭들이 틈틈이 자기 영화의 제작기간을 피해 이 영화에 제작에 참여했다. 그들은 영화의 액션 부분 중 자신과 가장 스타일이 잘 맞는 부분들에 합류했고 단 기간인 만큼 손실없는 기량을 선보일 수 있었다. 릴레이 무비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형식미학. 이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쁨이다.
또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구성 면에서도 '릴레이'적 속성을 띠고 있다. 네 개의 에피소드는 단편으로서의 완결된 구조와 주제를 갖지만, 장편으로 묶이며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러나 [넘버 3],[세기말]등의 영화들이 주제나 극의 진행에 따라 분리되는 데 비해 이 영화는 각 에피소드마다 뚜렷한 장르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차이다. 네 개의 에피소드가 각각 액션, 호러, 세미다큐멘터리, 갱스터 장르로 구성되어 하드보일드 액션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것.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르 영화의 향연"을 만난다. (2000년 7월 1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