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든 사이,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기억나지 않은 수면중의 사건을 추적하는 <인 마이 슬립>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친구들이 부럽긴 하지만 나름 남부럽지 않은 독신 생활을 즐기는 플레이보이 마커스. 그의 단 하나의 고민은 바로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낯선 장소에서 눈을 뜰 정도로 간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심각한 수면장애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를 침대에서 마주치고도 지난 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수면 장애는 매우 심각하다. 자신의 병이 두려워진 마커스는 병원에도 가보고 잠든 사이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묶어도 보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절망만 느낄 정도로 모든 것이 무색하다. 어느 날 아침, 마커스는 온 몸에 피투성이가 된 채 잠에서 깨어나고 침대 옆에서 칼을 발견하자 기억나지 않은 지난 밤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수면상태에서 흉악범죄를 저지른 몽유병 환자에 대한 글에서 영화 <인 마이 슬립>에 대한 영감을 얻은 감독 알렌 울프는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완성하여 심리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인 마이 슬립>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점점 조여오는 경찰수사라는 환경적 요인과 믿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부담이라는 이중 압박은 스릴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인 마이 슬립>에는 주인공 마커스가 잔뜩 웅크린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마치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는 태아처럼 웅크린 자세는 점점 조여오는 두려움과 공포를 직시하지 못하고 고개 돌려 외면하고픈 인간의 나약한 본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조차도 믿지 못하는 극한 상황일지라도 현재의 상황이 함정일거라는, 자신은 절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간절한 바램으로 진실을 통해 구원받고자 하는 욕망 사이의 딜레마 역시 <인 마이 슬립>을 보는 재미 중 하나이다.
[몽ː유병] 잠을 자다가 무엇에 이끌린 듯 일어나 멀쩡하게 행동을 하며 돌아다니기도 하다가 다시 잠이 든 뒤, 다음 날 아침 깨어나서는 그런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의학적 증세.
몽유는 ‘꿈 속에서 놀다’라는 뜻 이지만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인 마이 슬립>의 마커스 역시 수면 장애에 시달리며 잠 든 순간 기억이 사라진다. 그는 돌아다니기도 하고 운전하기도 하며, 많은 여성들과 잠자리도 갖는 등 평소 생활과 다름없는 일은 수면 상태에서 한다. 그리고 깨어나면 그의 기억은 없다.
유아기,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몽유병은 성인이 되면 거의 없어지지만 희귀적으로 마커스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 성인들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수면 중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면 장애 행동에 따른 많은 사례들은 <인 마이 슬립>의 탄탄한 기초가 되었으며 이러한 실화들은 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여주었다.
수면 중 아파트에서 추락하거나, 자신의 다리를 권총으로 쏘고, 악몽을 꾸다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는 등 몽유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사건들처럼 마커스 역시 살인을 했을지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 알 수 없는 진실을 추적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렇듯 <인 마이 슬립>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듣거나 경험했을지 모를 몽유병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재료 삼아 탄탄한 구성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명품 심리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