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의 다섯 번째 로맨스 내릴 때를 알고 오는 좋은 비처럼, 사랑에도 때가 있다!
‘좋은 비의 시절’로 직역될 수 있는 제목 <호우시절>의 출발지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성 두보의 시 ‘춘야희우’ (春夜喜雨)의 첫 구절 ‘호우지시절’ (好雨知時節). ‘좋은 비는 내릴 때를 알고 있어 봄에 만물을 소생케 한다’에서 제목을 따 왔다. ‘유학 시절 서로 설렜으나 사랑인지 아닌지 미처 확인할 기회도 없었던 두 사람이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만나 진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따라 가는 영화는 그 제목처럼, 모든 사랑이 때로는 방해꾼으로 또는 조력자로 만나게 되는 타이밍에 관해 이야기 한다. 비라고 다 같은 비가 아니고 봄에 내리는 비는 새싹을 돋게 하는 좋은 비인 것처럼, 학창시절엔 그저 친구인 채로 재회의 기약도 없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긴 세월이 흘러 각자의 삶 속에서 어른이 된 채 만난 두 사람은 놓치고 싶지 않은 연인의 감정을 품는다. 누군가 필요하다 느낀 그 순간, 거짓말처럼 내 앞에 다시 온 그 사람. 이번엔 사랑이다.
모든 사랑이 한 번쯤 궁금해 하는 ‘내가 만약 그 때’로 시작되는 가정법
There is no historical if. 지나가 버린 시간. 과거는 되 돌릴 수 없다는 금언이다. 하지만 사랑은 그 불가항력에조차 가정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만든다. 만약 그 때 말을 했다면? 혹은 그 때 그러지 않았다면? 누구나 가져 보았을 법한 궁금증, 혹은 ‘만약 그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이라는 가정법에서 <호우시절>은 시작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행복>까지 허진호 감독의 영화 속 연인들은 한번도 맺어진 적이 없다. 그들이 겪은 다양한 이별의 형태와 그 과정의 감정을 들여다 봄으로써 오히려 깊은 공감을 자극했다. 하지만 <호우시절>은 그의 필모그라피 중 처음으로 사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보여준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단지 서로를 사랑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서로의 모습을 통해, 한때 지녔으되 잊어버리고 있던 꿈을 다시 한 번 떠 올리게 되는 <호우시절>의 연인들. 상처를 통한 깨달음이 아니라, 다시 사랑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두 사람. 긴 시간 뒤, 변화한 서로를 긍정하며 감싸 안는 두 사람은 사랑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그리고 또 그 사랑이 삶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따뜻하게 돌아보게 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자 관계인 ‘사랑’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
유학 시절 친구였던 동하와 메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둘 다에게 외국어인 영어로 대화한다. 가장 밀접한 관계인 사랑에 외국어는 엄청난 장애일 것 같다. 사랑이란, 같은 언어로도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하거나 상대에게 자기를 솔직하게 보여주기란 어려운 일이므로. <호우시절>은 모든 연인들이 가진 소통의 문제에 언어의 벽을 덧씌움으로써 역으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좋은 연인이 아니듯, 좋아한다는 감정은 눈빛, 사소한 배려의 몸짓을 통해서 더 솔직하게 전해질 수 있다. 상대방이 정말 좋고 늘 함께 있고 싶은, 그 혹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자기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 오직 사랑만이 사람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그 독특한 감정을 때로는 서툴게, 하지만 확실하게 전하는 <호우시절>의 연인들은 사랑이란 결국 언어 그 이전의 것임을 깨닫게 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냐는 질문에 그러므로 <호우시절>은 Yes라는 긍정의 대답을 내어놓는다.
허진호 감독의 5번째 커플- 정우성, 그리고 고원원.
한석규-심은하, 이영애-유지태, 배용준-손예진, 임수정-황정민. 관객이 그 당시 가장 사랑하고 싶은 남, 녀 배우를 캐스팅. 영화 속 연인들의 열애와 이별, 배신과 상처까지도 더 실감나는 돋을새김으로 남겨 온 허진호 감독. 그의 5번째 로맨스 <호우시절>의 연인들은 정우성과 고원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염두에 두었으나 스케쥴이 번번이 맞지 않았었던 정우성과는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마침내 <호우시절>을 통해 인연이 닿았다. ‘메이’는 순수하고 맑은 첫 사랑의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제안으로 모든 남자들이 생애 처음으로 설렐 법한 첫 사랑의 느낌을 잊지 않고 있는, 맑고 청순한 이미지의 고원원으로 결정되었다. 한국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난징!난징!>의 히로인으로 14억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현재형의 여배우. 선입견 없이 순백의 첫 사랑 그 느낌 그대로 ‘정우성의 연인’으로 첫 인사를 건넨다. 미국 유학 시절 친구라는 설정 상, 두 사람 다에게 외국어인 영어로, 가장 친밀한 감정인 사랑을 연기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난생 처음 하는 외국어 연기였지만 두 배우는 오히려 몇 년 만에 다시 만나 약간은 어색한 친구에서 서서히 진짜 연인으로 변해가는 동하와 메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더 좋았다고 말한다. 촬영 시작 1주일 전에야 비로소 처음 만난 두 배우. 하지만 진짜 친구와 연인을 오가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때로는 장난기 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커플을 선보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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