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5.18’… ‘4.3’!! 우리는 4.3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 우리는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은 영화들을 통해 60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을 접하고 이해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 역사에도 이러한 아픔이 존재한다. 제주도만의 비극으로 인식되고 있는 4.3항쟁. 4.3 항쟁이 우리나라 역사 중 6.25 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많았던 사건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꽃비’는 은유를 통해 이 특수한 소재를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에 녹여 영상화 하였고, 이를 통해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려 하였다.
20대 정종훈 감독의 4.3에 대한 시각 숨겨진 역사에 관한 객관적 서술
‘꽃비’는 제주도만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4.3항쟁을 제주 태생의 정종훈 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이다. 비록 제주도 출신이지만 4.3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이기에 해당 사건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었고, 이 점이 본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대중들에게 낯선 4.3항쟁을 도덕적 잣대나 판단을 최대한 배제한 시선으로 영화라는 친숙한 문화코드에 녹여냄으로써, 이 사건에 대해 널리 알림과 동시에 관심을 유발시켜 관객들 스스로 4.3항쟁에 대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꽃비’의 목표다.
시대를 비유적으로 투영한 등장인물들 어려운 역사의 쉬운 이해
‘꽃비’는 겉으로 보기에는 질풍노도기 학생들의 권력 혹은 사랑의 투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4.3항쟁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속하여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육지와는 지리적으로 떨어진 섬이라는 이유로 소외 받아 온 제주도를 영화 속에서는 학교라는 독립된 공간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서연을 사이에 둔 도진과 민구의 싸움. 거기에 전학생 동일까지. 주요 등장인물들을 통해 영화는 그 시대에 서로 대치하고 있던 이념과 그로 인한 갈등에 대해 설명한다. 학교라는 집약된 공간과 은유를 통해 상징성을 부여 받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단순 명료한 이야기 구조는 관객들에게 4.3항쟁이란 생소한 역사를 재조명 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들어간 실제 4.3항쟁에 대한 자료화면 또한 관객들로 하여금 ‘꽃비’가 단순한 학원물을 넘어 우리 역사의 감춰진 단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극임을 보여준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목소리 ‘꽃비’와 ‘주보라’의 만남
‘꽃비’에는 기존의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보물 하나가 숨겨져 있다. ‘4월이 울고있네’ (노영심 작사/작곡)라는 곡이 리메이크 되어 OST로 활용된 것이다. ‘4월이 울고있네’는 봄에 라디오 등 여러 매체에서 노출빈도 수가 가장 많은 곡으로 차분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는 말이 있다. ‘봄을 탄다’, ‘가을을 탄다’라는 것은 외로움에 빠져있는 사람의 감정을 의미한다. ‘4월이 울고있네’라는 곡 자체가 봄의 화사함 이면에 담겨있는 역설적 외로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새 봄을 맞이하는 청중들은 이 노래에 공감하며 자신의 감정을 잠시나마 위로 받게 될 것이다. 곡 자체도 훌륭하지만 리메이크에 참여한 가수는 다름 아닌 주보라. 싸이월드 디지털 뮤직 어워드 신인상을 수상한 힙합가수 원써겐이 부른 ‘이별후애’ 피쳐링 작업으로 두곽을 나타낸 주보라는 ‘Want You’, ‘라라라’ 그리고 ‘침대 위에서’ 등의 곡으로 가요계의 새 바람을 몰고 왔다.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통해서 새롭게 태어난 ‘4월이 울고 있네’는 단순히 영화의 OST로서 존재하는데 그치지 않고, 2010년 봄을 위한 노래로서 피어날 것이다.
4월에 흩어져간 청춘
‘꽃비’의 배경인 4월은 꽃이 만발하는 봄의 중심이며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또한 봄은 사람의 인생으로 비유하자면 청춘의 시기로 일년 중 가장 화사하고 밝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런 봄의 이미지는 폭력으로 학우들을 다스리던 급장이 학교를 떠나면서 이제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는 주인공들의 희망과 어우러져 영화 도입부를 채운다. 두 남학생과 한 여학생의 우정과 사랑은 영화 ‘꽃비’의 핵심적인 내러티브이다. 하지만 서연을 함께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던 도진과 민구의 우정과 순수한 사랑은 동일이의 등장으로 변질되고 결국에는 ‘우리 싸움에서 지는 놈은 앞으로 서연이 보지 말게!’ 라는 민구의 말을 시작으로 서연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되어버린다. 격변하는 시대 속 무섭도록 아름다운 계절 봄에 희생되어 흩어져간 청춘이 ‘꽃비’에 담겨있다.
제주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대적 배경
‘꽃비’는 우리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주요 배경으로 한다. 익숙한 제주의 모습을 넘어 우리에게 생소한 제주의 비경을 영상으로 담아낸 ‘꽃비’는 관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낡은 책걸상이 채우고 있는 빛 바랜 교실로 대변되는 옛날 소학교의 모습과 등장인물들의 복고풍 교복차림은 옛 세대에게는 학창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요즘 세대들의 레트로한 감성 또한 자극할 것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