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의미의 화양연화. 절제된 대사와 연기로 처음부터 예정된, 이루어질 수 없는 가슴아픈 사랑을 표현해냈다. 그 사랑의 순간들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 '내 곁의 사랑이 절대적인 사랑일까?' 라는 절실한 물음에 감독은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비밀을 조심스레 건네며 그 답을 대신한다.
베를린의 장만옥, 깐느의 양조위, 씨네아스트 왕가위 그들이 다시 만났다
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에 이 두 배우 외에 다른 얼굴들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아비정전]이후 다시 호흡을 맞추는 왕가위 감독과 양조위, 장만옥. [화양연화]는 이 세 사람을 위한 영화인 것이다. [첨밀밀] 이후 3년 동안의 휴식을 끝낸 베를린 여우주연상의 장만옥은 화면 가득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고통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차우 역의 양조위는 침묵과 사랑을 가슴에 묻어두는 안타까운 감정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고 깐느는 그에게 동양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이런 이들이 서로 바라 보고만 있는 눈빛, 잠시 스쳐가는 만남으로도 그들이 안타까운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왕가위 7번재 영화, 새로운 영상 미학
[화양연화]는 느린 영화이다.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등 이전에 그가 보여주었던 고속 촬영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 숨막히게 이어 붙이던 편집 방식으로 "빠름"이라는 왕가위식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그러나 [화양연화]는 그와는 정반대선상에 놓여 있는 듯하다. 슬로우 모션과 스톱 모션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1960년대 홍콩의 '느림'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클로즈업 샷을 통해 장만옥의 부서질 듯한 섬세한 아름다움과 양조위의 침묵을 세세하게 잡아낸다. 카메라가 영화 속 시공간을 느릿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파고들수록 관객들은 양조위와 장만옥의 내면에 닿게 되고 그들과 함께 비밀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총 11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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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영상미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들 거기에 난해한 감독만의 세계가 어울어진 정말 색깔있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