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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1983, Rikos Ja Rangaistus)
제작사 : Villealfa Filmproduction Oy [fi] / 배급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수입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

재미?작품성?그래도 중간 이상 점수는 줘야지 ★★★☆  joynwe 07.08.11
냉소로 그려낸 살인자의 내면풍경 ★★★☆  answerin76 02.11.11
못봤지만 별다섯개~ ★★★★★  kkj9017 02.01.01



[죄와 벌]은 하나의 살인이 하나의 범죄 영화에 충분했던 황금기에 바치는 오마주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천재지변, 전쟁, 테러, 살인 등... 사람, 체제, 사회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에 의해. 그런 세상을 닮아서인지 우리를 매혹시키는 영화들에서도 살인과 폭력이 난무한다. 마치 그들이 죽고 죽어가는 이유를 묻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듯.
그런 의미에서 영화 [죄와 벌]은 한 번의 살인이 행해지고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와 범인을 사랑하는 여인, 결국 자수하는 범인이라는 어찌보면 너무 흔한 한 사건을 통해 사람을 죽인다는 것, 인간과 신과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할 수 있었던 시대에 대한 감독의 편치만은 않은 오마주인지도 모른다.

데뷔작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선택한 아끼의 당돌함!

우체부로 시작해 온갖 일을 거친 아끼 까우리스메끼가 감독 데뷔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바로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고전 [죄와 벌].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전을 욕심내기 마련이다. 어느 시대 어느 인간의 사유와도 공명할 수 있는 고전의 위대한 보편성과 명성 때문에 감독들은 가위눌리기 마련이다. 더구나 도스토예프스키라니. 로베르 브레송만이 자신의 역량을 최고조로 갈고 닦은 다음 시도한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바다에 뛰어든 아끼 까우리스메끼. 그의 [죄와 벌]은 신인감독다운 신선한 패기로 가득 차 있다.

잘 '씹힌' 고전, '새롭게' 우려낸 영화

죄와 벌에 도전하는 아끼의 첫 작업은 19세기 후반 러시아를 20세기 말 헬싱키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는 원작의 배경과 내용을 고스란히 옮기기 보다는 원작의 정신을 담아내면서 자기 시대의 언어와 감성으로 새롭게 만들어내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도스토예프스키가 소설에서 던진 신과 인간, 선과 악, 죄와 본성 등의 근원적인 질문은 자연스럽게 아끼식 대화법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아끼는 주인공의 심리를 원작처럼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바라보는 대신, 특유의 건조하고 과장없는 시선으로 냉정하게 그려낸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우선 원작과 달리 아끼는 복수의 모티브를 도입한다.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이유로 저질러지는 원작의 살인과는 달리, 영화의 살인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동기, 바로 복수가 있다.
아끼는 결정적으로 원작의 강렬한 구원의 모티브를 제거함으로써 도스토예프스키의 종교적인 비전에서 벗어난다. 아끼는 이 시대가 신을 통한 구원이 불가능한 시대이며, 섣불리 구원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이런 현실인식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동시에 정글같은 도시에서 미치지 않고 구원을 쟁취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른다.

영화란 결국 삶이다!

이후 아끼의 고전 재해석은 특유의 유머와 풍자정신을 담고 좀더 과격해진다. 1987년작 [햄릿, 장사를 떠나다]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은 자본주의의 게걸스런 탐욕을 풍자하는 코미디로 변신한다. 고뇌하는 왕자 햄릿은 지저분한 차림에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중년의 땅딸보로, 남편을 죽인 남자와 결혼한 가혹한 운명의 왕비는 독 묻은 술잔 대신 독 묻은 닭다리로 운명을 달리하는 팔자가 된다. 아끼의 햄릿은 이 시대의 햄릿에겐 '죽느냐 사느냐' 대신 '물건을 사느냐, 마느냐'가 더 어울린다는 풍자인 것이다.
이렇듯 아끼는 우리에게 삶을 보여준다. 라스꼴리니꼬프는 구원받지 못하고, 햄릿은 시를 낭송하지 않는 그런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삶...

아끼 까우리스메끼의 장편 [죄와 벌]은 그의 8분짜리 단편 [록키 6]와 함께 극장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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