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가해자 아들, 피해자 딸로 만난 이수혁X하윤경 색다른 감성 미스터리
영화 ‘파란’은 뒤바뀐 가해자의 아들과 피해자의 딸, 가족의 죄로 죽지 못해 살던 두 사람이 진심으로 살고 싶어진 뜻밖의 동행을 그린 감성 미스터리다. 영화의 제목인 ‘파란’ 안에는 두 인물의 인생을 요동치게 만든 커다란 사건을 뜻하는 파란(波瀾)의 의미와 그 역경을 딛고 운명을 개척한다는 파란(破卵)의 의미로써 새로운 시작이라는 희망을 담았다.
드라마 ‘우씨왕후’ ‘내일’, 영화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과 존재감을 보여주며 호평받는 이수혁이 죄를 지은 아버지의 폐를 이식 받아 고통받는 클레이 사격 선수 태화 역을 맡아 폭넓은 감정 연기로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그려낸다. 영화 ‘딸에 대하여’와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 등 폭넓은 연기 행보를 펼친 하윤경이 범죄행각을 벌이며 방황하면서 상처를 숨긴 채 피해자로 살아가는 미지 역으로 나와 탄탄한 역량을 확인시켜 준다.
영화 ‘파란’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되어, 심리적 긴장감과 범죄자 주변 인물들이 겪을 수 있는 죄책감, 고통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감각적인 연출로 그려내 호평을 이끌며 영화제 최다 현장 관객을 불러 모은 화제작이다. 단편영화 ‘굿타임’으로 제21회 베이징필름아카데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20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 단체상 금상을 수상한 강동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 ‘파란’은 신선한 주제의식과 장르적 변주로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애틋한 캐릭터 감정을 동요하게 하는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
영화 ‘파란’의 태화와 미지라는 인물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이면서도 관객들이 애틋한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인물들이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은 극장을 나오며 “두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은 더욱 큰 애착을 가졌을 것이다. 관객들 역시 ‘파란을 통해 이수혁과 하윤경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수혁은 ‘파란’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기존에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한다. “감독과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많은 것이 잘 통했고, 작업 자체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하게 됐다”고 출연의 이유를 밝혔다. 영화에서 사격 선수로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총기를 사용하는 사격 선수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있었다”면서도 “스토리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도구가 된다고 생각해 잘 해내기 위해서 최대한 준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역할이 감정적으로 강하게 부딪치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수혁이 혼자 차 안에 들어가 울음과 한숨을 삼키고 고통을 참으며 허무함을 내비치는 감정 열연에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감탄할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수혁 또한 미지 역의 하윤경에 대해 “이렇게 차갑고 메마른 듯한 사람의 얼굴은 처음 본 거 같다”며 “촬영마다 자연스러운 날 것의 느낌이 많이 나서 깜짝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아 기대를 더했다.
죄책감에서 시작된 ‘믿음’과 ‘의심’ 비극적 사건이 품은 온기 담은 웰메이드 영화
폐섬유증으로 죽어가던 국가대표 사격 선수 윤태화(이수혁)는 뺑소니 사고를 내고 시체를 유기한 살인자 아버지의 폐를 이식 받고 살아난다. 죽기보다 더한 죄책감에 사고 피해자의 딸 권미지(하윤경)를 찾아 나선다.
영화 ‘파란’의 시작은 “살인자의 장기를 기증받아 삶을 영위하게 됐을 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강동인 감독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테마나 키워드를 복합적으로 확장시켜 ‘살인자 아버지의 폐를 이식 받은 자식이 죄책감을 느끼는’ 이야기로 탄생하게 되었다.
강동인 감독은 죄책감이라는 감정에 더해 “연좌제의 처벌은 사라졌지만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죄의식은 전달된다”며 이에 대한 개인과 도덕 사이의 갈등, 인간 심리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강 감독은 “‘타인을 믿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다”면서 “‘믿음’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표현하고 싶었다”며 ‘믿음’과 ‘의심’이라는 키워드를 감각적인 연출 안에 담았다. 이러한 감성과 미스터리의 조화는 반전을 감춘 사건과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품은 뜻하지 않은 온기로 관객들에게 영화적인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파란’의 매력은 가족의 아픔을 지고 살아온 인물들이 비극적 과거와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는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 가슴을 파고드는 서스펜스와 정서적 울림을 기대하게 한다.
한국영화 최초 클레이 사격 소재 아날로그 방식으로 완성된 롱테이크 오프닝 장면
영화 ‘파란’은 클레이 사격을 소재로 해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주인공을 클레이 사격 선수로 설정한 이유는 태화에게 숨, 호흡이 중요한 요소이고, 클레이 사격 역시 평정과 숨을 참는 시간들이 오래 유지되어야 하는 스포츠로 영화의 주제와 맞닿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스포츠이고, 클레이 사격 선수가 주연인 적도 없었을 뿐 아니라 총기가 예민한 요소가 많아 오히려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등장하면서 드라마적으로 사용된다. 이수혁과 하윤경도 영화를 위해 사격을 배웠다. 영화에서 하윤경이 두 발을 명중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본인이 “처음 쏜 것이 맞은 것이라 너무 놀랐다”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영화에서 가장 공들여 촬영한 부분은 사격 경기 시퀀스로 이뤄진 오프닝 장면이다. 폐가 좋지 않아 가뿐 숨을 쉬고 있는 태화를 통해 관객들의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클레이가 공중에서 터지는 모습을 시청각적인 효과로 극대화한다. 굉장히 동선이 긴 이 장면은 실제 경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롱테이크로 촬영을 진행해, 서로의 합과 동선을 맞추기 위한 리허설로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롱테이크 촬영 특성상 CGI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했다.
또 다른 장면으로 태화가 머리에 총을 맞는 시퀀스 또한 분장팀이 카메라 뒤를 따라가면서 배우에게 피를 묻히거나 배우가 피 주머니를 차는 등 아날로그 방식을 도전했지만, 결국에는 CGI로 피가 튀는 걸 만들어 시각적으로 상당한 임팩트를 전달한다.
복잡한 감정선, 깊은 서사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들
‘파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은 상당히 복합적으로,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들의 모든 감정은 태화가 바로 시작점이다. 태화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님에도 “나 때문에”와 “이렇게라도 살아가야 하나”라는 죄책감, 그러면서 “그래도 살고 싶다”라는 절박감, 또 그에 따른 분노가 늘 그를 괴롭힌다. 미지 역시 태화와 동일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에 두 인물이 마지막에 거의 비슷한 시퀀스에서 눈물을 보인다. 이는 영화 전체에서 자신한테 솔직한 감정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순간으로, 이전까지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었던 것. 열악한 촬영 환경상, 스토리 순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배우들은 이러한 인물들의 감정선을 계산하면서 연기하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태화와 태화의 아버지와 미지, 미지의 엄마와 미지의 친구 등 대부분이 선과 악이 모호하고 각자 사정이 있다. 강동인 감독은 “평소 경계가 모호한 인물들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고 또 모든 인간은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인물들에 대해 “겉은 가시가 다 돋쳐있는데 실제 그 안에는 여린 마음을 갖고 있는 캐릭터들”이라고 설명한다.
이들 중 드라마 ‘D.P.’ 시즌2, ‘살인자ㅇ난감’과 영화 ‘그 겨울, 나는’으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제24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권다함과 드라마 '그놈은 흑염룡'을 통해 신흥 기대주로 떠오른 임영주도 주목할 만하다.
시각적 요소로 구분한 허구의 세계 최대한 자연스러운 우연을 만드는 방법
영화 ‘파란’에는 태화가 쏘는 알록달록한 비비탄을 비롯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현실적이거나 사실적이기보다는 몽환적인 느낌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색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제작진의 의도로 영화의 전체적인 색채와 조명, 소품과 디자인 등 시각적인 요소들을 통해 관객들이 이야기 자체를 허구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차가운 톤에서도 색감과 분위기가 더욱 돋보이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살아 숨 쉬는 얼굴로, 실제로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했다. 이는 영화 속 상황과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현실이 아니라는 전제는 태화와 미지의 만남이나 관계의 경우로까지 이어져, 이들에게는 우연이 작용한 경우가 많이 등장한다.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는 일과 둘이 만나 유대감을 갖게 되는 과정이 극 속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배우와 감독은 동선이나 블로킹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특히 미지가 가져가는 태화의 목걸이는 우연과 운명으로 얽힌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하윤경은 “태화와 미지가 이상하게 엮여있는 것 자체가 둘의 관계라는 생각을 했다”며 “우연이란 우리 삶에서 분명 일어나고, 목걸이가 둘을 만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끈’ 같은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스러운 전개를 위해서, 모든 장면의 대사 하나, 앉을지, 설지, 기댈지 동작 하나까지도 열심히 의논했다”고 밝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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