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경험이 바로 영화가 되었다! 사람과 사랑에 대한 나의 고해성사이다!
[문라이트 마일]의 감독 브래드 실버링은 1993년부터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의 따스한 정을 그려온 브래드 실버링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슬픔을 지닌 사람들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리기 위해 천천히 작품을 써내려 갔다. 실제로 약혼녀를 잃은 경험이 있는 브래드 실버링의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등장 인물들의 다음 행동과 다음 대사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픽션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무의식적 매너리즘을 보기 좋게 빗겨나간다. 감독 자신이 실제로 젊은 시절에 겪은 이야기는 오랜 세월 그의 마음속에서 숙성되어 왔고, 영화 속 조 내스트처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약혼녀의 부모를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그래서 더욱 세심하고 사실적인 심리묘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아직 신인이었던 때, 브래드 실버링 감독은 자신을 믿고 따라줄 배우를 선택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꼬마유령 캐스퍼], [시티 오브 엔젤] 등 흥행작을 만들면서 차분히 때를 기다렸다. 차츰 흥행감독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역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는 과감히 거부하던 그는 더스틴 호프만과 수잔 서랜든, 제이크 길렌할을 만나면서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배우들이 이미 감독에게 믿음을 주었으며, 감독은 배우들에 맞게 다시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수잔 서랜든의 이미지와 더스틴 호프만의 말투를 염두에 둔 각본은 배우들을 감동시켰고 영화는 그제서야 제 색깔을 찾았다. 흥행과 자신의 명성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브래드 실버링 감독의 믿음은 이렇게 해서 오랜 세월이 흐른 2003년 세상에 빛나게 되었다.
1970년대, 그 시절 감성 그대로...
브래드 실버링 감독이 [문라이트 마일]의 배경으로 선택한 시대는 1970년대이다. 베트남전이 끝나고, 현대 미국으로 진입하던 그 시절의 재현을 위해 감독은 세트와 소품 등에 세심한 주위를 기울였으며, 이는 영화전체를 흐르는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는 효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감독이 신경쓴 것은 음악. 아무래도 사람들은 유행하는 음악으로 그때의 감성을 유추하게 되기 때문인 듯 하다. 엘튼 존, 밥 딜런, 롤링 스톤즈, 반 모리슨, 데이빗 보위, 티-렉스, 제퍼슨 에어플레인, 트래비스 등 유명 뮤지션들의 음악이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며, 관객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영화속에 몰입시킨다. 1970년대 이미 한국도 산업화의 물결을 한창 타고 있었고, 그 시절을 살아냈던 관객이라면 아마 더 정감이 가는 대목이 될 터이다. 특히나 감독은 음악을 고르면서 롤링 스톤즈의 Moonlight Mile에서 영화의 제목을 따오기도 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름다운 것은 사랑 덕분이다!!
영화 [문라이트 마일]은 사람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결혼을 앞둔 딸을 사고로 잃은 부모와,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도 전에 죽어버린 약혼녀를 대신해 그녀의 부모와 함께 지내게 된 청년. 그리고 행방 불명된 연인을 3년째 기다리는 여자. 가슴 깊은 곳에 상처를 지닌 이 사람들의 관계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영화 [문라이트 마일]이다.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지만 딸과 약혼녀를 잃은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누구보다 강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겉돌던 약혼녀의 부모들과 한걸음 다가가 그들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게 된 주인공 조, 그리고 조를 통해 딸의 기억을 더듬는 중년 부부. 그들은 볼 수 없는 딸을 진정 마음속에서 보내지 못하고, 조를 통해 딸의 모습을 그리고 아파한다. 약혼녀와의 관계에서 조는 벤 부부와 이전 같은 피상적인 관계가 아닌 직접적인 관계가 된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슬픔들은 찾기 어렵지 않다. 영화 [문라이트 마일]은 그들의 관계를 잔잔하게 그려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부여한다. 그리고 결코 요란스럽지 않은 일상 속의 소박한 슬픔으로 감동을 준다. [문라이트 마일]은 결코 과장되지 않게 슬픔을 가슴 속에 베어 물고서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녹아 들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가족의 사랑을 일상적이면서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명치를 찌르는 아픔으로 전해준다. 어쩌면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을 아우르는 가족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덕분일 것이다. 사람사이의 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영화 [문라이트 마일]을 보는 동안 관객은 어느새 그들의 삶에 녹아 드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며, 그들의 사랑에 공감하게 된다. 결코 요란스럽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느새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며, 요란하지 않은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슬픔이나 아픔을 견딜 수 있는 건 그 뒤에 사랑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느새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가 선택한 배우들, 그들이 선택한 영화!!
영화 [문라이트 마일]은 어느 영화보다 빛난다. 작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느 영화보다 빛나는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에서 수시로 노미네이트 되며, 트로피 하나씩은 거머쥐었던 더스틴 호프만, 수잔 서랜든, 홀리 헌터가 바로 그들이다. 이미 연기로서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데다가 엄청난 대우를 받는 이 위대한 배우들은 단지 시나리오에 감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과감하게 [문라이트 마일]을 선택, 어떤 영화이건 자신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영화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프로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명배우가 출연한다고 그 영화가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명배우들이 빛나는 이유는 의미있는 영화를 고를 줄 안다는 것이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 명배우들이 선택한 영화가 바로 [문라이트 마일]이다. 영화 [문라이트 마일]의 더스틴 호프만이나 수잔 서랜든은 결코 과장되지 않은 내면 연기로 보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진한 슬픔을 전달해 주었으며, 이 가족 아닌 가족이 서로에 대한 오해와 스스로에 대한 미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담담하게 밝혀주는 홀리 헌터의 연기는 영화의 안정감을 더한다. 특히나 홀리 헌터는 그녀의 명성에 비해 작은 역이라도 훌륭하게 그 위치를 잡는 프로근성을 확실히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심는다. 그들의 뒷받침은 이제 막 스타덤에 올랐으며, 10년 넘는 연기경력을 가진 제이크 길렌할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었고, 영화 자체의 힘을 실어 주었음은 당연하다. 그동안 뜸하던 좋은 영화, 좋은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고픈 관객들에게 더스틴 호프만, 수잔 서랜든, 홀리 헌터의 연기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흔한 기회가 아닐 것이며, 영화 [문라이트 마일]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빛이나 닿을 듯한 거리, Moonlight Mile
I am just living to be lying by your side But I'm just about a moonlight mile on down the road...
영화 [문라이트 마일]의 제목이기도 한 문라이트 마일은 롤링 스톤즈의 앨범 제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음악으로 70년대 감성을 끌어내려 했던 감독은 여러 음악을 고르던 중 이 문라이트 마일에 마음이 동하였고, 곡 제목이 결국 영화 제목이 되었다. 문라이트 마일은 달(moon) 만큼이나 먼 거리를 뜻하는데, 롤링 스톤즈의 노래 문라이트 마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주변에서 그 사람을 맴돌며, 그 곁에 가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 노래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거리가 그만큼 멀게 느껴진다는 것. 롤링 스톤즈의 노래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관계, 그 관계로 인한 아픔을 다루고 있다. 브래드 실버링 감독이 이 노래를 듣고 감동하여 영화에 사용한 것은 이러한 정서 때문. 이는 비단 사랑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리와 이상, 진실과 조우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 그리고 그것이 인생이다. 영화 [문라이트 마일]의 주인공들은 바로 그런 인생의 진리를 아픔을 통해 깨닫게 된다. [문라이트 마일]이 삶을 꿰뚫는 철학적 주제를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노래 덕분임은 물론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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