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닌', '처녀의 창자'의 엽기감독 '다카시 이시이'가 보내온 2004년 납량엽기스릴러!!
이시이 작품의 다른 여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는 남자에 의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스토커 현상」을 기본으로 깔아놓고 「치유」를 추구하며 기어오르려는 구도는, 현재 세상을 그대로 그려낸 듯한 현실감이 있다. 게다가 치유에 도달할 때까지 몇 개의 폭력(Violence)이 준비되어 있다. 폭력과 치유. 상반된 매개를 얻은 여주인공은,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변신을 반복하면서 독자적인 차원에 도달한다. 이것은 한 여자가 둔화(鈍化)되어 가는 변형스릴러라고 해도 좋을 이시이 감독의 새로운 경지이다.
여주인공을 연기했던 사람은, 겐토샤(幻東舍)의 아웃로(Outlaw)문고 캠페인 모델로 채용되었다가, 충격적인 스킨헤드로 누드를 선보였던 이노우에 하루미. 이번에는 영화에서 처음 누드에 도전하여, 풍만한 가슴에서부터 근육질의 다리까지 수영으로 다져진 몸매가 존재감을 충분히 발휘한다. 남자에게 농락 당한 그녀가 자신만의 「밀실」에서 차례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남자들을 냉동고에서 얼리는 모습이 변신의 시작이다. 냉동고 안의 시체를 바라보면서 「와! 얼려놓으니까 참 예쁘다!」라고 감탄하며 악녀로 바뀌어 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초현실주의적이며 고혹적이다. 마지막 해석을 관객에게 맡겨 끝없이 여주인공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만드는 교묘한 스토리라인. 마지막 장면의 「빛의 여백」은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여주인공을 다른 차원으로 환생시킨 듯한 여운도 감돈다. 어쨌든 「나미(名美:이시이 감독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여자 이름, 남자는 무라키村木)」에 집착해온 이시이 작품에서 새로운 여주인공이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당신의 여름도 얼려드립니다.
영화적인 취향도 다채롭다. 우선 히치콕을 생각나게 하는 서스펜스 터치가 전체적으로 가득 차있다. 특히 욕조 안에서 여주인공이 히로카와를 살해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마치 히치콕의 「사이코」를 방불케 하지만, 거기에는 어디까지나 이시이 감독이 고집해온 것들이 존재한다. 또한,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을 많이 사용하여 「밀실」의 긴장감을 보다 강조한 영상 터치는 실로 스릴이 있다. 점차 부패되기 시작하여 시체의 냄새가 밀실을 떠도는 부분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반발」과 비슷한 정신병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시체 세 구가 「냉동고」에서 얼려진다는 발상은 영화 전체의 「밀실감」을 증폭시키고, 요즘 젊은이들의 엽기사건인 「히키코모리(일본 후생성의 정의에 의하면, 6개월 이상 집에 틀어박혀 회사나 학교에 가지 않고 가족 이외의 친밀한 대인관계가 없는 상태) 」를 먼저 사용한 듯한 느낌도 든다. 여주인공의 집을 찾아가고, 결국 희생물이 되는 세 남자는 각양각색이다. 난폭한 순결함이라고 부르고 싶은 히로카와 역에 99년 「미나즈키」로 키네마준포 남자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유망주 키타무라 카즈키. 술을 마시면 사람이 돌변하는 소심한 소시민 코지마 역에는, 이시이 작품의 단골로서 「GONIN」「검은 천사」 시리즈 등에 출연한 츠루미 싱고. 그리고 화면을 점령하는 뻔뻔스러운 야쿠자 바바 역에, 역시 이시이 작품의 단골이며 「누드의 밤」「GONIN」 등에 출연한 개성파 배우 타케나카 나오토. 이들이 각각 위험수위에 다다른 표현을 구사하는 장면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여주인공의 연인인 노가미 역에는 「GONIN」 등에 출연한 마츠오카 슌스케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