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2003, Elephant)
제작사 : Fearmakers Studios, HBO Films, Pie Films / 배급사 : (주)동숭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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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배우들과 단 20일간 뽑아낸 생생한 아름다움 영화 속 고등학생들이 하는 대사는 실제 배우들의 애드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배우들의 이름 역시 실제 영화속 인물들의 이름으로 쓰인다. 실제로 영화 속에는 딱 세 명의 전문배우가 나올 뿐이다. 감독은 관객들이 마치 실제 고등학교 생활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기에 이와 같은 배우들을 선정하였다. 영화는 감독이 살았던 오레곤州 포틀랜드 에 있는 최근에 폐교된 실제 고등학교에서 20일 동안 350만 달러의 저예산을 가지고 촬영했다. 공개 오디션에서는 수많은 실제 고등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감독은 직접 캐스팅에 참여해 즉흥연기 세션을 통해 연기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을 골라냈고 자신이 선택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써나갔다.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실제 생활에 기초해서 자신의 역할에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집어넣었다. 시나리오에 정해진 대사는 없었으며 모두 자신의 대사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냈다. 간혹 감독은 학생들로부터 전에 들은 이야기나 대화를 넣어달라고 아이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진짜 고등학생 배우들이 자신의 내면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엘리펀트>는 결국 그 어느 작품보다 생생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 즉흥적 연출이 빚어낸 시각적, 청각적 아름다움 이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있어서 거스 반 산트와 촬영감독 해리스 세이비즈는 <가정폭력 Domestic Violence> <백화점 The Store>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데릭 와이즈먼(Frederick Wiseman)과 사진작가 윌리엄 에글레스턴(William Eggleston)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거스 반 산트는 이렇게 말한다. “프레데릭 와이즈먼은 늘 백화점, 학교 등 촬영하기 힘든 곳에서 영화를 찍었다. 그가 하고자 했던 것은 상황, 사람들, 장소에 대한 초상을 담는 것이었다. 윌리엄 에글레스턴도 마찬가지다. 그는 주변 환경을 카메라에 담지만 그건 곧 사람들을 담는 것이기도 하다. 와이즈먼과 에글레스턴의 작품들을 보면 장소는 어딘지 불분명하지만 어디든 상관없이 놀랍고 멋지다. 그래서 우리는 보기에 멋지면서도 너무 인위적이거나 연출된 듯한 것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을 주로 이용해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그들은 최근 대부분의 영화들에 사용되는 1:1.85의 와이드 화면비율이 아닌 1:1.33의 고전적 화면비율을 선택했다. 1:1.33은 1950년대 중반까지 업계 표준으로 사용되던 화면비로, 거스 반 산트는 그의 초기 16mm 영화들에서 이 화면비를 쓰곤 했는데, <엘리펀트>에서 이 비율을 다시 쓰기를 간절히 원했다. “나는 이 포맷의 형태가 정말 좋다. 그리고 우리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공간, 특히 복도는 1:1.33 화면비가 더 잘 맞았다.” 게다가, 미국의 학교들은 비디오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수십 년간 1:1.33 비율의 16mm 영화들을 보여주었었다.
레슬리 샤츠가 담당한 사운드 디자인은 이 영화의 미묘하고 절제된 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음악의 사용 또한 절제되었다. 영화 속에서 들리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와 피아노 소나타 2번 <월광>과 14번은 알렉스 역을 맡은 알렉스 프로스트가 직접 연주한 것이다. 거스 반 산트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날, 알렉스가 피아노 옆에 서 있다가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다음날 그의 침실 장면을 찍을 예정이었는데, 나는 그의 연주를 듣고 ‘침실에 피아노를 놓기로 하지’라고 말했다. 그 다음 날 우리는 알렉스가 피아노 연주하는 장면을 찍었고, 그가 연주한 음악을 다른 장면에도 삽입하기에 이르렀다.”
■ 엘리펀트를 탄생시키기까지... 원래 <엘리펀트>는 총기를 난사한 두 소년의 심리를 고찰하는 내용의 TV용 영화로, 컬럼바인 사건이 터진 한달 뒤에 방영할 예정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과 방송국 간부들이 만난 자리에서 TV의 폭력성에 대한 회의가 이루어지면서 계획은 무산되었다. 그 후 거스 반 산트는 같은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다이앤 키튼을 만났고 그녀가 그에게 HBO를 소개해주었다. HBO필름의 대표인 콜린 캘린더는 이 아이디어를 높이 샀고, 단 그 사건을 그대로 고증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유사한 사건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방식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종파싸움의 무의미함을 다룬 1989년 BBC필름에서 나온 알란 클라크의 <엘리펀트>처럼 말이다.
거스 반 산트는 “미국의 총기난사 사건들은 현재 최고조에 달했다. 나는 이런 시기에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과 분위기를 포착하고 싶었다” 라고 밝히며 이 영화를 통해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대해 프로듀서 빌 로빈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이앤 키튼과 나는 거스와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고 늘 거스와 함께 일하고 싶어했다. 물론 우리는 그의 모든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특히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와 <아이다호>같은 도발적인 작품들을 더 선호해왔다. 우리는 자신의 예술적 비젼으로 십대와 학원 폭력을 바라보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그를 돕고 싶었다. 거스처럼 과감한 감독이 그런 문제를 다룬다면 아주 파워풀하고 영향력있는 작품이 탄생할 것 같았다.”
이렇게 하여 다이앤 키튼이 연결시켜 준 HBO에 둥지를 틀게 된 거스 반 산트는 그녀와 빌 로빈슨에 총 제작을 맡고 <제리>에서 이미 느슨한 즉흥연출에 자신과의 탁월한 호흡을 보여줬던 해리스 세이비즈와 함께 매우 리얼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넘치는 파워풀한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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