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브라이언 드 팔마의 76년작 [캐리]는 호러 장르의 신기원이었다. 미국 사회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깊이있는 주제, 섬세하고 사려깊은 시각효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뒷받침된 캐리는 공포영화의 교과서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고전으로 손꼽힌다. 이 영화는 병적인 광신도 어머니의 억압 속에서 자란 폐쇄적인 사춘기 소녀 캐리에게 가해진 폭력과 모욕이 분노로 돌변하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무도회 여왕으로 선정된 캐리가 무대에 올라 왕관을 쓰고 좋아하는 순간 급우들의 장난으로 돼지 피를 뒤집어쓰자 분노한 그녀가 염력을 이용해 무도회장을 불바다로 만들어 급우들을 모두 죽이는 기괴한 혈투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 [캐리]는 스티븐 킹과 브라이언 드 팔마를 주류 영화계에 진입시켰고 10대 장르를 탄생시키는 주역이 되었다. 캐리 역을 탁월하게 소화해낸 시시 스파이섹은 이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캐리 어머니 역을 맡은 파이퍼 로리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무덤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마지막 장면 이후 속편의 소식이 궁금했던 [캐리]가 23년만에 부활했다. [캐리 2]는 캐리의 이복동생 레이첼을 주인공으로 삼아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여고생의 분노를 공포영화의 그릇에 담은 작품이다. [캐리]가 사춘기 소녀의 성장에 대한 공포와 억압을 한순간에 터져버리는 분노로 표현했다면 [캐리 2]는 스스로 별다른 능력이 없다고 믿는 평범한 17세 소녀의 정서에 바탕을 두고 보다 일상적인 분노를 그린다. 여기에 10대 시절 있을 법한 여성간의 우정과 슬프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덧붙여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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