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세기 영국으로의 귀환 <스팀보이>의 무대는 19세기 중반의 영국이다. 영국은 17세기와 18세기 네덜란드,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세계의 해상권을 장악, 광대한 해외 시장을 획득했다. 영국 국내에서는 1765년 제임스 와트에 의한 개량 증기 기관이 완성된다. 이로 인한 산업 파급효과는 산업혁명을 불러 일으킨다. 증기 기관 동력은 에드먼드 카트라이트가 발명한 동력방직기가 그 대표적인 것으로, 방적기 등의 기술에 활용되어 생산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이게 된다. 1804년에는 리차드 트래비딕에 의한 세계 최초의 증기 기관차가 발명된다. 하지만, 증기 기관차의 중량에 당시의 우마용의 트랙 레일이 견디지 못하여 실용화에 이르지는 못한다. 실제 증기 기관차가 실효를 거둔 것은 1825년으로, 달링톤과 스토크간에 철도가 개설되어 세계최초의 증기기관차 ‘로코모션’호가 달리게 됨으로 증기 기관차의 실용화에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는 ‘철도의 아버지’로 불리 우는 조지 스티븐슨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이외에도 증기선과 발전기 변압기 등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된 다양한 발명품이 이 시대에 발명 되었다.
<스팀보이>에서는 레이의 조부 로이드가 스티븐슨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로이드는 처음 타 본 증기선의 동력 구조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을 계기로 증기 기관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발명에 대한 꿈을 부풀이고 있었던 시대, 로이드의 아들인 에디 또한 발명에 인생을 건다. <스팀보이>에 등장하는 로버트 스티븐슨은 조지 스티븐슨의 아들이다. 실존 인물이지만 극중에서는 에디와 20년간에 걸친 연구 동료이자 라이벌관계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스팀보이>에 그려져 있는 런던 만국 박람회는 실제 1852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개최되었다. 이 행사야 말로 당시 영국의 공업력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한 산업 박람회였다. 각양각색의 기술과 발명품, 이것을 이용한 공업 제품이 전시 되었다. 박람회장이 되었던 크리스털 건축물 또한, 19세기 건축물로서는 전혀 색다른 소재인 철과 유리로 지어진 새로운 양식의 거대 건축물이었다. 당시의 모든 과학을 결집시켜 놓은 것 같은 런던 박람회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행사장의 규모는 영화 <스팀보이>에서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영국. <스팀보이>에서는 단순한 사실의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시대의 진의를 담아 나가면서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독자적인 색채로 새롭게 물들여져 있다. 신발명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는 사람들과 그 미래를 걸고 싸우는 소년 레이의 모험 활극이 그려져 있다.
(2) 10년의 시간과 24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집념”의 풀 디지털 영화<MEMORIE>의 제작중인 1994년 6월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옴니버스의 한편인『대포의 거리(大砲の街)』에 그렸던 톱니바퀴, 증기기관이 등장하는 세계관을 한층 더 넓힌 영상으로 구상하였다. 그것이『스팀보이』기획의 발단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과는 전혀 다른, 컴퓨터에 의한 풀 디지털 시스템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1997년『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던 명물 프로듀서 와타나베 시게루가 제작에 참가하여 반다이 비쥬얼이 국제 수준의 영상 콘텐츠 개발을 목적으로 세운<디지털 엔진 구상>의 중심 작품으로 <스팀보이>의 제작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 해 동경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EMOTION 애니메이션 신세기 선언」에서 『스팀보이』의 프로모션 비디오가 첫 공개 되어 많은 팬들로부터 작품의 완성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했다. 하지만 완성되기까지의 길은 매우 험했다. 그림 콘티의 지연, 제작 스튜디오의 변경. 게다가 작화• 미술• 음향 등에 그리고 세부 묘사에 대한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작품을「거대화」시켜 버렸던 것이다. 한편 디지털 표현의 진보는 19세기를 표현하는 「그림 붓」으로서의 발달을 보여 주게 된다. 2004년,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스팀보이>는 2D, 3D가 융합한 풀 디지털 어드벤처로 탄생하게 되었고,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카메룬과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뿐 아니라,「세계적인 감독, 오토모 가츠히로의 신작」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던 일본, 그리고 세계 각국의 관객에게 보여지게 되었다. 기획• 감독을 담당한 오토모 가츠히로, 그리고 그 실현을 도와준 프로듀서 와타나베 시게루, 이 두 사람을 정점으로 한 정예 스태프에 의해 탄생된 <스팀보이> 프로젝트는 실로「집념」의 결실이라 말할 수 있다.
(3) 영국 로케이션 팀이 탄생시킨 전대미문의 미술, 그리고 증기 <MEMORIES(1995)>가 공개된 다음 해에 오토모 감독을 중심으로 미술감독, 총 작화 감독, 이팩트 작화 감독, 테크니컬 디렉터 등의 <스팀보이> 매인 스태프들은 이야기의 무대인 영국을 돌아보는 10일간의 현지 로케이션을 실시 하였다. 이들은 19세기 산업 혁명의 기운이 서려 있는 런던에서부터 맨체스터, 요오크 각지의 박물관과 방적 공장 등의 시설을 돌면서, 기관차와 객차 잠수함, 엔진 구조 등을 견학하여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만국박람회가 개최되었던 런던 시내, 빅뱅, 템즈강, 레이가 살았던 멘체스터의 거리, 아름다운 전원 풍경과 영국 특유의 목초 지대, 그리고 하늘의 색감까지도 철저히 관찰하였다. “영화의 핵심은 미술이다.”라고 단언했던 오토모 감독은 나뭇결 하나 하나마다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미술 배경의 퀄리티를 요구하였다. 19세기 영국의 냄새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질감, CG에 뒤쳐지지 않는 손으로 그린 그림의 박력과 세밀함, 면밀한 세계관의 설계가 필요했던 것. 미술 감독• 기무라 신지에게 요구 되었던 것은 최고 완성도의 미술이었다. 배경에서는 로케이션에서 체험한 영국의 느낌, 질감의 재구축을 위해 디지털 처리에 대응하는 응용 방법으로 손으로 그린 배경 데이터를 모니터 상에서 수정하는 새로운 기법을 적극 활용하여, 아름다운 배경들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등 작품의 각 부분 연출에 사용되었다. <스팀보이>의 미술이 보여주는 위대한 힘은 영화를 보는 이에게 즐거움 뿐 아니라, 결말까지 눈을 뗄 수 없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스팀보이>의 영상 표현의 핵을 꼽자면, 그것은 바로 ‘증기’이다. 영화 전체에 감도는 ’증기’의 박력은 실제 증기의 온도와 느낌까지도 완벽하게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에너지로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증기’. 이 표현을 담당한 이는 이팩트 작화 감독, 하시모토 다카시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독자성은 이팩트 애니메이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헐리우드의 VFX스태프들도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이 부분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수많은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의 열기, 마치 실제 증기와 같이 화면에서 뿜어져 나와 관객들을 감싸는 듯한 스팀성의 증기와 냉기. “증기와 효과도 연출자다.” 라고 명언한 하시모토는 CG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밀한 부분 묘사를 수작업으로 표현해 내었다. <스팀보이>의 전체에 깔려 있는 ‘증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팩트 애니메이터의 미술효과에 대한 집념과 결의를 느끼게 하고 있다.
(4) 실사영화보다 리얼한 카메라 워크 <스팀보이>에는 기무라 신지의 미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주요한 테크닉으로 카메라 맵이 사용되고 있다. 카메라 맵은 통상의 3DCG에 의한 배경 처리에는 계산처리가 복잡해 지는 것을 감안하여 배경 미술을 3D카메라 측에서 촬영하여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이다. 미술 파트에서는 조명들을 고려해서 그린「그림」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종래의 아날로그적인 방식에 가깝다. 사전에 레이아웃과 설정에 제시 되어 있는 원근법(Perspective)도 그림 자체로서 사용이 가능하다. 완성된「그림」을 사용하면서도 카메라를 일정 범위에 움직일 수 있다는 디지털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가능하다. 3DCG는 미술뿐만이 아니라「작화」로서도 활용되었다. <스팀보이>에서는 오토모 감독이 디자인한 메카닉의 대부분이 3DCG로 제작되어, 커트의 내에서 합성 되었다. 오오토모 감독이 구상 한 스팀 메카닉의 디자인이 복잡하여 작화로 옮기기에 곤란 했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이기는 하였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그림」의 완성도를 고조시키는 역할도 컸다. 3DCG의 질감은 <미술에 근접하여>, <작화에 근접하여> 이렇게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하였다. 예를 들어 초반부의 톱니바퀴 열차 메카는「미술적인 질감」, 후반의 전투 장면의 메카는「셀적인 질감」으로 제작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스팀보이>가 종래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답습한다고 하는 기본 컨셉을 스태프가 공유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메카의 움직임은 애니메이터가 일단은 손으로 대략적인 움직임을 만들고, 이것을 근본으로 3DCG스태프가 동작을 디자인하는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작화와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1초당 12프레임의 움직임을 넣어보기도 하고, 3DCG에 의한 애니메이션에서 대량의 동화를 출력하여 여기에 맞추어 작화를 하는 등, 작화 한 그림과 3DCGI를 조화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다. 영상 자체는 3D로 제작되었지만 의도적으로 2D적인 카메라 워크를 시도하기도 하고, 2D의 작화 소재를 3D공간내부에 배치 시키는 등 3D요소와 2D요소의 접목도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카메라 맵이라든지 3DCG는 최근 TV애니메이션에서도 사용되는 등 애니메이션 제작의 일반적인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스팀보이>에서처럼 이 기술을 복잡하게 조합하여 사용한 예는 없다. 이것이야 말로 전통적인 셀애니메이션의 스타일에 디지털을 활용한 그림으로 재미를 추구하려 한 <스팀보이>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 헐리웃 영화를 초월하는 사운드 구현 <스팀보이>의 음향 제작은 「헐리우드와 대등한 조건을 기본으로 헐리우드의 영화를 뛰어넘는 사운드 제작을 목표로 한다.」라는 의의에서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천재 크리에이터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이라면 가능하다”라고 말했던, 미국에서 영화 연출 경력을 가진 음향감독/ 사운드 디자이너 모모세 케이이치가 사운드 디렉팅을 맡았다. 모모세는<리터너>, <사토라레> 등의 실사 영화와, <BLOOD THE LAST VAMPIRE> 등의 애니메이션의 양 분야에서 실적을 쌓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는 미국인 스태프들과의 정보 교환으로 지금까지의 음향 효과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사운드 에디팅」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사운드 에디팅」이라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사운드의 세계를 만들어 내기 위하여 0에서부터 사운드를 구축해 나가는 작업이다. 실사 영화의 경우, 촬영 시 녹음한 대사 이외는 소리는 모두 지운다.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0에서 소리를 만들어 가는 개념의,「생명을 불어 넣는」작업이라 할 수 있다. <스팀보이>의 음향 작업은 <블랙호크 다운>과 <킬빌> 등의 음향 작업을 한 로스앤젤리스의 TODD-AO 스튜디오가 메인이 되었다. <스팀보이>의 본편에 들어가 있는 사운드만도 3만종 이상이나 된다. 이 사운드가 900채널이라는 미증유의 트랙(일본의 경우 40~50채널)에 기록되어 중후한 ‘사운드’로 구축되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 세계를 완성해 나가는 또 하나의 ‘사운드’인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음악 감독 ‘한스 짐머’의 수제자인 신진 작곡가 스티브 야블론스키(STEVE JABLONSKY)가 맡았다. 동양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야블론스키는 서양적인 다이나믹성과 동양적인 정서의 정감을 조율하여 약동감 넘치며 웅장한 OST를 만들어 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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