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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질 분석] 우리의 친구! 스파이더맨의 연애담 전격 공개!
2007년 4월 30일 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알고 있나요? 헐리웃에는 수상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은 일종의 컨설팅이라고 말하지만 그 ‘일종의’라는 수식부터가 수상한 거라구요.
딱히 직업도 없는 것 같은 인상 좋은 남자인데, 우울한 사람들을 만나서 상담을 받는 듯 해요. 대부분 잘나가는 계통의 사람들이라 수수료만으로도 제법 벌이가 되는 모양이네요. 어찌되었건 불법 입니다.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일이라고요. 하지만 이 남자, 잡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네요. 냄새 맡고 추적 중이었던 여기자마저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으니까.

아무리 인상이 좋고 키가 커도 흑인 남자하고 절대 연애할 일이 없는 제가 나서서 사회의 정의를 바로 잡으려고 했었죠. 헐리웃의 소문난 연애코치 〈히치〉를 잡아넣으면 화를 낼 사람들도 많겠습니다만, 불법 브로커는 브로커인 겁니다. 그래서 몰래 뒤를 밟았습니다. 꼬투리가 있어야 현장을 잡고, 현장을 잡아야 확실하게 불법브로커를 근절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 친구가 그렇게 악당이 아니었던 겁니다. 전문직 여피들 연애에 사기치는 수법이나 전수해 돈이나 뜯는 줄 알았더니, 고학생에게 돈 한 푼 받지 않고 연애 상담을 해주는 것을 보고 말았지요. 현장을 덮쳐서 놈의 사기행각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계획은 잠시 미루어졌달까요.

성실한 고학생, 당신의 연애코치

이 학생, 무려 5년 전부터 알고 있는 청년입니다. 왜 있잖아요. 사람 좋고 성실한데 이상하게 일이 꼬이는 종류의 인간. 바로 그런 아이였지요.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려서부터 삼촌 부부랑 살았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구김살 없이 자랐어요. 조금 소극적인 구석은 있었지만, 성실하고 착한 학생으로 컸지요. 과학에도 재능이 많았고, 아마추어로 사진도 찍고 그랬죠. 재주가 많은 아이였답니다. 옆집 사는 예쁘장한 여자아이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는 사춘기 소년, 그랬지요. 뭐, 옆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아이였어요.

문제는 고등학생이 다 끝나갈 때 쯤에 벌어졌어요. 이 친구가 학우들과 함께 과학관 견학을 갔다가 우연히 실험 중인 거미에게 물려버렸던 것이지요.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냥 끝나버렸을 테지만 어디 그럴 리가 있나요. 헐리웃에서 벌이진 일인걸요. 소년은 탁월한 육체 능력을 얻게 되고 거미처럼 거미줄을 뿌릴 줄 알게 됩니다.

겉모습은 아무런 차이도 없는데 초인적인 능력을 얻게 된 겁니다. 이 정도면 딱 좋다고 해도 되겠지요. 나쁘지 않아요. 비슷하게 실험 중에 곤충의 능력을 얻게 되었지만 나중엔 거의 사람이라 부를 수 없게 된 〈플라이〉의 세스(제프 골드블럼)같은 사람도 있었는데요, 뭘. 그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곤충하고 얽혀서 좋은 꼴 본 사람, 헐리웃에는 많지 않아요. 집채만한 거대한 개미가 도시를 습격하고, 사람만한 거미 떼가 마을을 뒤덮고, 살인벌레 가득한 계곡에 떨어진 사람들이 단체로 학살되는 곳이 헐리웃이란 말입니다. 지구상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외계인과는 우정을 나눠도, 벌레와는 진지한 대화를 나누려고 생각도 하지 않는 헐리웃이란 말입니다. 그런 유구한 전통이 있는 곳에 있는 십대 소년이 괴상하게 변한 벌레에게 물리고도 장점만 물려받았다면 그저 행운일 뿐이죠.
 파리로 변해가는 세스〈플라이〉(1986)
파리로 변해가는 세스〈플라이〉(1986)

그러나 헐리웃이 주구장창 가지고 있던 벌레 트라우마는 역시 틀리지 않았어요. 이 소년이 우연하게 얻은 능력을 이용해서 돈 좀 쥐어보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더니, 뭔 놈의 일이 그렇게 꼬이는지 나비효과처럼 얽히고 섥혀서 기어코 이 친구의 삼촌이 살해되고 만 겁니다. 하필이면 〈수퍼맨〉은 자아를 찾아 우주로 출장 중이고, 제다이는 제국을 상대하느라 바빠 우주 저 멀리에 있으며, 더럽게 어두운 고담시에 있는 〈배트맨〉과 디트로이트 질서를 유지하느라 여념이 없는 〈로보캅〉이 관할 구역이 아니란 이유로 신경을 못 쓰고 있는 사이에 말이죠.

소년 피터 파커는 고교 시절이 끝나갈 때쯤 능력만큼의 책임을 통감하게 됩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능력까지 있는 〈수퍼맨〉 클라크 켄트는 성인이 되어서도 한동안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무거운 짐을 파커는 벌써 알게 되어버린 것이죠. 돈도 몇 푼 못 쥔 채로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스파이더맨〉이 된 이 가난한 꼬마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인에 대한 어떤 사회적 보장도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거듭하는 〈스파이더맨〉을 보는 〈인크레더블〉은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그런데 왜 이 친구가 연애코치 〈히치〉를 만났냐구요? 돈이 궁하면 잘나가는 〈어느 멋진 순간〉의 펀드매니져 맥스 스키너(러셀 크로우)를 만나거나 돈이 넘쳐흘러 수퍼 영웅용 신무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 혹은 마이클 키튼 혹은 발 킬머, 아니면 조지 클루니)에게 갈 일이지. 그게, 이 또래 친구들에게는 돈 보다는 연애가 중요하거든요. 사실 〈스파이더맨〉은 내내 연애 때문에 발끈해서 싸워온 것이었죠.

틴에이져 러브 스토리, 핑크빛 가로지른 영웅담

오해할지도 모를 분들을 위해 헐리웃에 만연한 동명이인에 대해서 미리 설명해 둬야겠어요. 이 바닥이 똑같은 이름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 곳이거든요. 방금 이야기한 피터 파커라는 청년만 해도 비슷한 능력과 성격을 가진 친구가 만화에도 있지요. 아주 닮았어요.

그 친구도 옷 갈아입고 〈스파이더맨〉으로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지요. 그런데 성격은 조금 달라요. 물론 〈배트맨〉처럼 다르지는 않지요. 헐리웃에서 활동하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은 만화계에서 활동하는 초창기 〈배트맨〉과 프랭크 밀러가 손을 댄 〈흑기사 돌아오다〉의 배트맨 사이에 끼어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 얼마전 나온 〈배트맨 비긴스〉의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만화판 〈배트맨 원년〉과 흡사하긴 하군요. 어쨌든 만화판과 예전에 있었던 드라마 버전, 그리고 헐리웃 소년 〈스파이더맨〉은 거의 다른 사람들입니다. 최소한 만화판 〈스파이더맨〉은 훨씬 발도 넓어 〈데어데블〉하고도 아는 사이였고, 연애도 헐리웃 친구보다는 잘 했지요.

가장 다른 것은 헐리웃 피터 파커 이 친구가 한 여자에 올인하는 가장 수줍고 우직한 연애를 한다는 점이겠지요. 능력을 각성하는 첫번째 〈스파이더맨〉에서는 대부분의 길고 긴 시리즈를 이끌어가야 하는 영웅들이 첫번째 편에서 그런 것처럼 연애 따위 상관도 없는 듯 굴었지만, 어디 그런가요. 아니나 다를까 〈스파이더맨2〉에 이르면 전편에서 차갑게 뒤돌아섰던 것이 언제인 양 여러가지 이유를 통해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과 연애를 유지합니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본격적으로 연애에 골인해요. 게다가 〈스파이더맨2〉의 악당이었던 옥타비우스 박사(알프레드 몰리나)는 의미심장하지요. 하늘에서 내려준 짝인 것처럼 잘 만나 결혼하고 자신이 원하던 과학을 내내 연구하며 행복하지 지내는 부부라니, 마치 피터 파커가 원하는 미래상 같잖아요. 상대는 물론 〈스파이더맨2〉 영화 내내 눈 씻고 찾아봐도 하나 밖에 없는 상대 메리 제인일테구요.

결국 〈스파이더맨〉은 사실상 피터 파커의 연애 굴곡을 절묘하게 스펙타클한 악당과의 대결과 맞추어 놓은 이야기인 겁니다. 틴에이져에게는 애틋한 사랑이 지구를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친구와의 관계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구요. 세상에 나와보면 과거 학교에 있던 시절이 작아 보여도, 그 시절엔 자신이 속해있던 세계가 전부로 보이던 기억이 나지 않아요? 겨우겨우 대학교를 어렵게 다니고 있는 피터 파커에게는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맨2〉의 시기가 그런 겁니다.

그리 넓지 않은 인간 관계로 보이는 그에게 유일한 친구인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랑코)과 순애보 연애 상대 메리 제인. 상대적으로 소박한 영웅에 대한 이야기인 〈스파이더맨〉이 거침없는 〈수퍼맨〉식 연애나 자신의 역할만큼이나 비밀스럽고 어두운 〈배트맨〉식의 세월에 닳아빠진 연애를 할 수 없는 건 그런 이유인 겁니다. 기본적으로 틴에이져 영화거든요. 연애와 친구들과의 관계가 영화 전체의 감정을 주름잡는 그런 이야기. 여자 친구들 사이의 음모가 정치극을 방불케 하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나 셰익스피어 극을 적용한 〈내가 널 싫어하는 10가지 이유〉나 조지 버나드 쇼를 적용한 〈쉬즈 올 댓〉이 완벽하게 수렴하는 닫힌 십대만의 세계.

십대를 변형하다, 영웅과 초능력
 스몰빌
스몰빌

자신만의 규칙을 적용하고 나름의 세계관을 가진 (미국) 틴에이져 무대는 순수한 청춘 영화 이외에도 많은 변종을 낳았습니다. 변종을 관통하는 주제는 (십대식) 연애와 우정이라도 말이지요. 그 중엔 〈신체강탈자의 침입〉을 섞어 놓은 〈패컬티〉도 있었고, 공포물과 결합한 〈캐리〉도 있었어요.

연애와 우정에 초능력이 끼어들면 그만큼 흥미로워지는 것이지요. 나이만 다르다면 다른 영웅들도 그랬을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스카우트하는 〈엑스맨〉이나 애당초 부잣집 자제분으로 태어나신 〈배트맨〉이나 일반적인 학교를 다니기는 힘들었을 〈데어데블〉〈블레이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수퍼맨〉은 그럴 수 있었을 테죠. 그런 상상력에서 TV시리즈 〈스몰빌〉이 시작한 것이구요. 출생의 비밀을 감춘 체 연애를 해야만 하는 틴에이져〈수퍼맨〉 클라크 켄트(톰 웰링)와 아직 때가 묻지 않아 남자친구의 모든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애인 라나 랭(크리스틴 크룩)이라니요. 게다가 이 시절의 렉스 루터(마이클 로젠바움)는 이지적인 훈남이기까지 합니다.

이미 렉스 루터와 클라크 켄트가 소년 시절 절친한 친구였다는 설정부터 조금씩 원작 〈수퍼맨〉의 세계관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던 〈스몰빌〉은, 라나 랭이 렉스 루터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암시하기 시작한 최근에 이르러서는 거의 평행세계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마치 〈배트맨 비긴즈〉에 이은 속편 〈흑기사〉에서 조커(히스 레저)를 상대함으로써 팀 버튼 시절의 〈배트맨〉과 별개의 이야기로 향하는 최근의 〈배트맨〉처럼요.

아, 깜빡 잊을 뻔 했군요. 왜 연애가 잘 되가는 것 같던 피터 파커가 연애 상담을 하고 있냐구요? 새로운 〈스파이더맨3〉에서 연애와 우정이 모두 위기에 처했거든요. 세 명이나 되는 〈스파이더맨3〉의 악당 중에 가장 강력하기로 만화 시절부터 소문난 것은 검은 클론 베놈(토퍼 그레이스)이지만, 이번 편에서 아버지의 그린 고블린을 이어 아들이자 피터 파커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해리 오스본이 새로운 그린 고블린으로 나서지요. 게다가 이번 영화에서는 만화편에서 메리 제인 전에 피터 파커의 연인이었던 그웬 스테이시(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등장합니다. 뭔가 연애도 삐걱거리죠? 그리고 (물론 영화판과는 이미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갔지만) 만화판에서 그웬 스테이시가 어쩌다 〈스파이더맨〉과 헤어지는지 아세요? 바로, 그린 고블린에게 희생당하기 때문이라고요!!

2007년 4월 30일 월요일 | 글_유지이 기자

28 )
js7keien
사람들과 친숙한 소시민적 영웅, 스파이더맨~   
2007-09-25 18:08
loop1434
별로   
2007-06-15 21:29
mira75
연애담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흥행이 필요한 듯   
2007-06-10 22:05
remon2053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시 재미있네요.4편도 나왔으면 좋겠서요^^   
2007-06-01 19:45
egg2
이래도 됩니까?   
2007-05-25 02:24
theone777
ㅋㅋㅋ   
2007-05-22 19:02
jy9983
ㅋㅋ   
2007-05-22 09:44
dlsgud22
......   
2007-05-2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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