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외'가집, '외'사촌… 이 모두가 그다지 편안하거나 친숙한 단어들은 아니다. 친할머니댁 동네의 눈에 익은 골목 골목길에 비해서 멀리 사시는 외할머니댁 동네는 여간 눈에 잊지가 않다. 외할머니의 방에서 풍기는 냄새도 그리 익숙치가 않다. 왠지 외할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상위의 김치는 더욱 묵은 냄새가 풍기는 듯도 하고, 외사촌들은 왜이리도 나와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지…
우리네 사정상 '외할머니' 라는 존재는 남다른 면이 있다. '친할머니' 라는 그것에 비해서 지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먼곳에 자리하실 수 밖에 없는 외할머니… '딸 낳은 죄인' 이라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심지어는 외손자앞이라도 그다지 당당하시려 하지 않으신다. 사돈 양반들이나 사위 앞에서는 말할것도 없으리라… 행여나 자신의 딸년이 자신의 불찰로 인해 시집살이 고생이나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자신의 불편따위는 개의치 않으신다.
우리의 '어머니' 에서 느끼게 되는 그 정감어린 눈길과 보살핌, 그 한없는 희생정신이 바탕이 되는 모정의 뿌리는 외할머니에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이리라. 단번에 떠올려지지 않는 외할머니의 얼굴이지만, 손자로서 맘편히 응석이나 어리광을 부려본적도 없다지만 분명 외할머니의 그 수줍은 사랑만큼은 잊을 수가 없으리라.
[집으로…] 의 사운드 트랙은 오리지널 스코어로만 채워져 있다. 이것이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인지 아니면 패스트푸드점에서 경품으로 나눠주는 인기 가수 히트곡 모음 앨범인지 구분이 안가는 근래의 풍토에서 더욱 반가운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욕심을 내어 메인 테마 한곡 정도는 잘나가는 가수를 부려봄직도 하지만, 그것만한 사치가 어디있겠는가?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소리가 고운 관현악기와 피아노로 만들어진 21곡의 음악들은 더없이 느긋하고 정감어릴 수 없다. 서양 클래식 악기의 사용이라는 다소 이치에 맞지 않는 듯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지나친 곡의 웅장함을 지양하고 우리의 전통 관악기를 연상시키는 듯한 서양 관악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채 1분도 안되는 짧은 런닝타임의 트랙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들 하나하나의 트랙들은 영화의 장명 장면들을 묘사하는데 최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중간 중간에 삽입된 극중 배우들의 대사도 영화의 감동을 느낄수 있도록 해주는 세심한 배려로서 매우 돋보이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