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 만큼이나 치열한 3D 전쟁, 그리고 스타
LG의 공격적인 광고는 “한판 붙자”에 그치지 않는다. “HEY, SONY & SAMSUNG BETTER STICK TO 2D(이봐, 소니와 삼성! 2D를 고수하는 게 나을 걸)”이라는 붉은 색 카피가 두드러지는 LG의 광고는 6월 말,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USA투데이’,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에 실리며 소니와 삼성을 자극했다. 삼성도 가만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사실 야구장 3D 마케팅을 펼친 건, 삼성이 먼저다. 프로야구 개막일이었던 3월 27일 삼성전자는 ‘3D 체험버스’를 운영, 자사 3D TV 제품으로 실시간 야구중계를 했다. 미국에서의 마케팅 역시 적극적이었다. 지난 4~5월 삼성전자는 3D 안경 가격을 49.99달러(한화로 약 5만 4,000원)로 낮추고 3D TV 구매 시 안경 2개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가격 마케팅’을 펼쳤다.
LG와 삼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3D TV(삼성: 셔터글라스 방식, LG: FPR 방식)를 두고 마케팅 경쟁을 벌이다, 소송까지 가기도 했다. 기업들이 상대를 공격하면서까지 자사의 3D 제품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3D 모니터 분야의 세계적 리드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점차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3D TV 분야에서 업계 1인자로 시장을 선도한다면, 그 수익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삼성과 LG는 3D 제품 광고모델로 톱스타를 기용해 홍보효과를 노린다.
제각기 연예계의 두 ‘빈’을 앞세우며, “우리 게 최고”라고 외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LG의 경우, TV가 돋보이는 거실 소파에 원빈을 앉혔다 눕혔다 하며, “(3D로) 한판 (더) 붙자”는 식의 충만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LG는 원빈뿐 아니라 감독 장진, 배우 송중기, 개그맨 유세윤,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권리세와 데이비드 오를 자사 모델로 기용해 여느 연예기획사 못지않은 모델라인을 과시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삼성은 현빈의 입을 빌려 우리 것과 너희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응수한다. 요즘엔 이웃나라의 탕웨이까지 끌어들여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국내 투톱이 이러고 있는 사이, 막강한 글로벌 경쟁자인 이웃나라 소니사가 슬슬 궁금해진다. 소니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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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경우, 자사 라인을 활용한 3D 마케팅을 한다. 소니는 주력사업인 전자기계 부문 외에도, 소니픽쳐스(영화 제작·배급사), 소니뮤직(스타·음반사),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게임·콘텐츠 기획사) 등 자체 계열사를 끼고 있다. 2006년 6월, 소니는 브라비아 TV 출시와 함께 ‘3D 월드 크리에이티브 바이 소니’라는 슬로건을 공식발표했다. 3D TV뿐만이 아닌, 소니의 전 제품군에 3D를 연계하거나 3D 기능을 탑재해 자사 전체 3D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소리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소니픽쳐스는 지난 2010년 9월, 3D 영화 <레지던트 이블 4 : 끝나지 않은 전쟁 3D>를 선보였다. 또, 최근엔 실사와 어우러진 3D 영화 <개구쟁이 스머프>를 개봉시켜 흥행에 성공, 속편제작을 예고하기도 했다.
삼성과 LG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 및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와 제휴하는 등 제각기 3D 우호세력을 모으며 연맹을 맺는 사이, 소니는 자체 공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기업들이 영화사, 기획사, 게임업체 등 다른 기업들과 콘텐츠 제휴를 맺느라 분주할 때, 소니는 자체 계열사와 연계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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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기술을 활용한 이색 마케팅도 있다. 얼마 전부터 대기업들 사이에선 ‘선대 회장 모시기’ 마케팅이 한창이다. CJ 제일제당 역시 마찬가지. 90년대 삼성그룹과 법적으로 분리된 CJ 제일제당이 이제 와 굳이 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친) 회장을 내세우는 건, 그룹 창시자의 개척자 이미지를 활용해 기업 뿌리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걸로 해석된다. CJ는 이를 3D 마케팅과도 연계해 차별화를 꾀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지난 7월 서울 퇴계로에 문을 연 CJ 제일제당센터 1층 로비에 홀로그램 방식을 활용한 이병철 회장의 ‘3D 흉상’을 세운 것이다. CJ 측은 “이재현 회장(CJ그룹, CJ 제일제당 대표이사)이 진부하지 않고 예술성을 갖춘 것이 좋겠다며 3D 홀로그램 기법의 흉상 전시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대상의 이미지 상승 및 전시·광고 효과를 위해 3D 기술을 도입한 사례는, 연예계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가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및 그의 제작팀, SM엔터테인먼트 3사의 협력으로 보아와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 영상을 3D로 제작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국내 걸그룹 티아라는 K-POP 열풍을 타고 최근 일본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티아라의 쇼케이스 영상은 3D로 제작돼, 이번 달 초부터 중순까지 일본 내 3D 극장 30여 곳에서 상영된다. 한편, 신예 4인조 걸그룹 블레이디는 3D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이슈를 모았다. 블레이디 측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강영만 감독을 영입, 신보 타이틀곡 ‘미친 날’의 2D와 3D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특히 3D 버전은 해외진출을 노린 것으로, 7개 국어로 자막이 번역됐다. 강영만 감독은 “이런 홍보 전략이 성공할 경우, K-POP이 주류사회를 파고드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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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일 금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