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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영화제] 영화가 꾸는 꿈 ‘춘몽’, 시간의 벽을 뛰어넘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만난 유현목과 김홍준 감독 | 2006년 1월 20일 금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유현목 감독과 김홍준 감독
유현목 감독과 김홍준 감독

겨울의 기운이 일찍 해를 떨어뜨리자, 낙원상가 옥상에 있는 카바레나이트의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하루를 정리해야 하는 시간, 다른 곳은 몰라도 종로는 그 순간부터 긴 겨울밤을 또 다른 매일로 계획하는 긴장감 가득한 공간이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라는 다소 생소한 영화제 간판을 내걸고 첫 항해를 시작한 서울아트시네마의 첫날 항해는 종로의 저녁 활기와 더불어 생기 가득한 축제의 얼굴을 변신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영화사의 문제작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현목’ 감독의 <춘몽>(1965년)이 복원판으로 상영돼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은 ‘오늘만 기다렸다’식의 설렘을 안고 영화 시작만을 기다렸다.

이날 <춘몽> 상영에는 영화를 연출한 유현목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돼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설렘은 시간을 재촉해 무대를 비춘다. <춘몽>을 복원, 2004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재조명했던 ‘김홍준’ 감독이 백발성성한 ‘유현목’ 감독과 함께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춘몽>과 더불어 김홍준 감독이 만든 러닝타임 10여분에 달하는 <나의 한국영화 에피소드6>도 같이 공개되는 자리라서 그런지, 김홍준 감독은 “유현목 감독님에게 아직 제 영화를 보여드린 적이 없어 서리 아마 오늘 영화를 보시고 저를 혼내실 것 같다”며 의외로 소심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홍준이 만든 <나의 한국영화 에피소드6>은 <춘몽>의 복원과 비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현목’감독은 소탈하면서도 겸손한 어투로 관객의 맘을 가로채며 자신의 영화 <춘몽>에 대한 간략한 배경설명을 했다. 같이 무대에 오른 김홍준 감독 또한 관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처럼 시종일관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 한 노인이 지금의 한국영화계에 끼친 영향력을 어림짐작하게 해줬다.

간단한 무대인사가 끝나고 곧바로 스크린은 <춘몽>을 한 가득 담아낸다. 유현목 감독은 맨 뒤 자석에 앉아 젊은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영화를 관람했다. 그는 영화가 상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0여년 전에 만든 영화에 관한 흐릿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면 기회를 놓칠세라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바로바로 영화이야기를 해준다.

1965년에 만들어진 <춘몽>은 당시로써는 파격에 가까운 연출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다. 독일 표현주의 기법의 실험적인 연출은 여배우의 알몸노출로 인해 외설시비에 시달렸고 유현목 감독 당사자에겐 애증이 교차하는 작품으로 남아있다.

유현목 감독은 “먹고 살기 위해 영화사가 원하는 대로 이 영화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가난한 시대를 견디기 위해서, 스텝들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고 영화 촬영에 들어가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춘몽>은 일본영화 <대낮의 꿈>을 각색해 내 나름대로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한 작품이다. 독일에 가서 <칼리가리박사의 밀실>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보고 느낀 독일 표현주의에 대한 인상이 이 영화에 도입된 것이다.”

요즘 세대가 보기엔 <춘몽>이 담아내고 있는 성적인 상징성들은 너무 확연해 외설에 ‘외’자도 떠올리게 안하지만 40년 전 한국사회는 이 대담한 영화적 은유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고 한다.

“치과 의료기구는 남녀의 성기를 상징하는 걸로 받아들여지고, 여배우의 옷이 찢어지면서 노출된 뒷모습은 외설시비에 휘말리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사실, 그 노출이라는 게 흑백영화라 그런지 너무 흐릿할 뿐만 아니라 단 2~3초에 달하는 짧은 시간이다.

그게 뭐 그리 큰 죄라고 각종 신문지면을 장식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는 유현목 감독의 말은 현대의 젊은 관객에겐 웃으면서 들을 수 있는 소소한 후일담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예술과 외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한 노인의 감회어린 추억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만큼이나 큰 울림을 자아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시대를 앞서간 실험정신과 감독으로서의 치열한 고민이 묻어있는 <춘몽>은 긴 시간의 벽을 뚫고 老감독과 현대의 젊은 관객을 동시대에 만나게 해준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첫 번째 기적으로 기록될 이 만남은 종로의 밤이 깊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기자

6 )
qsay11tem
좋은 작품 만들기를 ..   
2007-11-24 16:58
kpop20
친구들 영화제의 첫번째 기적 춘몽   
2007-05-16 23:23
nmnjn8
유현묵 감독님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오래 동안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06-01-23 04:46
skjdkf877`
어렸을 적 봤던 김홍준 감독님...정글스토리 쪼금 기억납니다. 유현묵 저 분은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김홍준 감독님 영화 올해는 볼 수 있을지 기다려봅니다.   
2006-01-21 22:52
godfather
뭔가 가려운데를 긁어주는거 , 무비스트 역시 뭔가 있어요..
다른 사이트랑 이런면에서 차별되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2006-01-20 16:22
DK9180
유현목하면 한국영화사에 빼놓을수 없는 거목이죠 , 오발탄역시 빼놓을수 없다는..대학동아리 규모 시절에 카메라 구해다가 영화 찍으셨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은적이 었었던것 같습니다.   
2006-01-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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