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한쪽으로 배낭을 메고 긴 외투를 단단히 여민 동안의 감독이 유리문을 밀고 들어온다. 그가 바로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서 선보인 여러 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빠른 매진을 기록한 <충격의 복도>를 추천한 류승완 감독이었다. 그의 인기는 비단 일반 관객들만이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김지운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 등 이번 영화제를 빛내기 위해 단단히 뭉친 ‘친구’ 감독들이 모두 참석해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상영 전 간단히 진행된 무대인사에서는 “며칠 전 상영된 <킬러>와 <벌집의 정령>등도 매진이 됐지만 이 영화제에서 가장 빨리 매진된 영화는 바로 사무엘 풀러의 <충격의 복도>입니다. (웃음) 이 점 꼭 기억하시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괜찮다.’라는 느낌이 드신다면 길 건너편 영화관에 <다섯 개의 시선>이라고 제가 찍은 영화도 나오거든요? 그것도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해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특히, 영화가 끝난 뒤 연출 기법 이라던지 난해한 질문 보다는 영화를 같이 보고 느낀 감상위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으나 흑백영화인 이 영화의 중간중간 칼라 화면이 나오는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가장 두려워하던 질문이 나왔네요. 이미 돌아가셔서 물어볼 수도 없고.”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영화 감독으로 작품을 하다 보면 그 전에 찍은 필름들을 중간중간 삽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이 아마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대답했다. 뒤이어 한 시네필이 “제가 알기에도 풀러 감독이 레크리에이션 촬영 차 찍은 화면을 사용한 걸로 안다.”라고 말하자 소년처럼 웃으며, “있으니까 쓴거 맞네.”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액션 감독 입장에서 영화 속 결투 장면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얼마 전 외국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하도 많은 분들이 다들 액션 전문 감독이라고 소개 하는 통에 나를 ‘무술감독’으로 알고 가셨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폭력의 상황을 보여주는것도 쾌감이지만 충돌직전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는 게 바로 ‘내공’ 같다. 나는 그런 면에서 보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단계는 아직 멀었다.”며 겸손해 하면서 자신의 차기작 <짝패>에도 이 영화의 결투장면에서 벽이 흔들거리는 장면이 있다고 귀띔해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짓궂은 관객들이 그러 좋아하는 멜로 영화를 알려달라고 말하자 “이 영화도 ‘안타까운 멜로’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한참을 생각하던 류승완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좋아하고..에..또..그러니깐…음….(계속 생각) 있긴 있을 거예요.”라고 대답해 타고난 액션 감독임을 재확인 시켰다. 이 메일 아이디도 액션메이커라니 말 다했지만!
취재: 이희승 기자
사진: 권영탕 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