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끊임없이 현실을 초월하여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하지만 인간의 이러한 욕망은 은밀하게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력과 결합되어 허구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그 세계가 문자 언어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소설이다. 이렇듯 소설이란 언어의 굴레에 묶인 제한적인 문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표현 매체이다.
영화는 액자 소설의 구성을 답습한다. 작가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한 사내에게 자신의 소설을 들려준다. 소설이라는 전제를 분명히 하는 데다 소설보다 '더' 이상한 이야기라는 설정으로 영화는 자유로운 욕망의 표현을 획득한다. 다소 발칙하고, 비일상적인 사건들조차도 허구 속의 허구이기 때문에 마음놓고 나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관객과의 거리를 넓힌다. 우리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일탈적 상황을 즐길 수 있지만, 그것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방관하며, 금새 망각한다.
소설의 배경은 솔트레이크라는 '예의바르고, 섬뜩할 만큼 조용한' 마을이다. 그 곳에는 에마(디나 메이어), 바이올렛(나타샤 그렉슨 와그너), 제릿(토드 필드), 오스틴(맥켄지 애스틴)이라는 네 명의 젊은이가 있다. 바이올렛은 부유하고, 도덕적이며, 제릿은 곧 변호사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오스틴은 교사라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 세 사람은 솔트레이크에 적합한 인간상이다. 외면적으로 그들은 현실에 잘 적응하여 자신의 삶을 단단한 기반 위에 닦고 있다. 그러나 에마는 다르다. 에마는 클럽에서 노래를 부른다. (클럽은 일탈의 장소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항상 솔트레이크를 떠날 것을 꿈꾼다. 영화 속의 작가는 에마를 이방인이라 칭한다. 에마의 이러한 성격은 그녀의 세 친구들(어두운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과는 달리 밝은 금발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기존 질서 수호의 상징인 경찰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엉뚱하고, 작위적이며, 엽기적인 plot은 가장 솔트레이크적이었던 바이올렛의 도덕적 타락(?)과 자살로 끝맺는 듯 하다. 질서는 파괴되고, 남은 세 명의 젊은이는 산산히 흩어진다. 에마는 LA로, 제릿은 워싱턴, 그리고 오스틴은 솔트레이크에. 하지만 화면에는 다시 작가가 등장해 아직 끝이 아님을 알린다. 그리고 관객의 느슨해진 의식을 조인다. 제릿과 오스틴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지만, 그들 사이에는 아직 '에마'라는 연결고리가 남아 있다. 에마는 계속해서 두 남자를 사귀고 기만하는 일탈을 수행하고, 제릿과 오스틴의 욕망으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마지막까지 솔트레이크 인으로 남은 오스틴이 이방인인 에마를 응징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아, 하나 더 있다. 소설이 끝나고 현실로 넘어오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작가가 오스틴과 중첩되는 두 번째 반전. 허구이기에(허구라고 믿었기에) 편안하게 지켜보며 욕망을 충족시키고 있던 관객은 약간 술렁인다. 게다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내는 경찰관이었음이 밝혀지고. 오스틴의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망은 (현실 사회에서 욕망을 제어하는 역할의)경찰관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욕망과 맞물려 은밀하게 일치된 이중성의 형태로 보여진다. 에마와 바이올렛, 바이올렛의 극단적 변화, 제릿과 오스틴, 오스틴과 작가, 작가와 경찰관, 비밀의 겉과 안에 서 있는 에마의 양면, 사회적 역할과 욕망 사이의 경찰관, 이러한 관계들은 하나이면서 동시에 여럿인 인간의 본질이다. 그리고 영화의 큰 틀을 이루는 소설의 특성과도 닮아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소설은 문자의 제약 속에서 욕망을 추구하는 장르이다. 욕망은 소설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용납될 수 있으며, 허구를 뛰어넘어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 죽임을 당한다. 솔트레이크를 떠나려던 에마가 궁극적으로 죽음을 맞듯이, 자신의 비도덕적 욕망을 들켜버린 바이올렛이 자살하듯이, 비밀을 폭로하고자 하던 제릿이 불에 타듯이.
사실 이 영화는 그닥 신선하거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기발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전 스릴러 영화들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고, 관객을 속이는 트릭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몇몇 장면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고, 반전 또한 에마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고' 인과응보를 실현하는 평이하고 단순한 것에 그친다. 그러나 감독은 시각, 청각 효과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영화 후반 사건을 설명하는 반전의 부분을 빠른 흐름으로 처리함으로써 최소한 '지루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다. 두뇌싸움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그저 '스릴러를 가장한 헐리우드식 청춘 드라마' 쯤으로 남겠지만 말이다.
질문을 하나 던져 보자. '소설보다 더 이상한 이야기'는 과연 믿을 수 없는 현실일까,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순수한 허구였을까. 혹은 그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