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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남성 판타지 연애질? 흥행성65% 작품성59%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2006년 8월 29일 화요일 | 이지선 영화칼럼니스트 이메일


비 내리는 밤 거리를 깔깔대며 몰려다니던 여자들이 남자의 갈비집에 들어서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왁자하게 들어서더니 영업 끝났다는 말도 무시하고 아무 데나 자리를 잡고 앉는 그녀들. 뚱해진 남자를 불러 앉히더니 그 중 가장 예쁘장한 여자가 동그란 눈알을 데굴거리며 말을 던진다.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요.”

영화 <연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하 <연애참>)은 이 한 마디로 시작된다. 흥미로운 시작이다. 남자는 여자의 꼬임에 넘어가고 연애는 시작된다. 남다르게 시작했으니 그들의 연애도 당연히 남다르다. 내뱉느니 욕설이요, 애정표현은 싸움으로 한다. 싸우고 욕하지 않는 시간의 대부분은 룸살롱과 방석집이 채우고, 술주정과 고성방가가 화면 속에 넘쳐난다. 적어도 영화 초반까지는 이 배설에 가까운 직설적 묘사가 <연애참>의 매력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20여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은 반복이다. 그들의 악다구니와 싸움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등장인물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술집과 룸살롱, 방석집을 오간다. 이야기 진행은 전형성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정서는 철 지난 ‘호스티스 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저 소리지르며 욕을 하고 몸을 내던져 부딪히면서 그들의 사랑은 처절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할 뿐이다.

격렬하긴 한데, 감정이입할 틈 없는 관객으로서는 반복되는 아수라장이 지루하기만 하다. 그나마 집중도라도 높으면 태생적으로 처절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연애에 측은지심이라도 느껴보겠는데, 너무 많은 인물들을 우겨 넣으려는 감독의 욕심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주변인물 묘사에 할애된 수많은 컷들은 그저 주인공의 연애담을 비틀거리게 만들 뿐, 희화화된 수컷의 적나라한 배설을 목격하는 불쾌감 이외엔 별다른 감흥도 낳지 못한다.

가뜩이나 철 지난 이야기를 더욱 예스럽게 만드는 것은 영상이다. 영화는 고답적인 이야기를 위해 일부러 선택했다고 보기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고풍스러운 영상을 자랑한다. 시대배경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뜬금없는 줌-인, 줌-아웃은 드라마의 흐름을 계속 뒤흔들고, 전형적인 타이밍의 카메라 패닝은 실소를 부추긴다. 결정타는 판타지 장면이다. 죽자고 싸운 뒤 술 몇 잔에 남자 품에 안겨 “첩년이라도 좋아!”를 외치던 여자가 ‘난 괜찮아’를 부르면서 자신의 신혼여행을 상상하는 장면은, 드라마적으로도 난데없는 판타지의 난입이라 당황스러운데, 촬영 또한 지극히 옛스러워 민망할 지경이다. 스카프에서 여자의 얼굴로 수평이동한 카메라는 부감과 클로즈업을 오가며 오래된 광고화면의 냄새를 풍긴다. 수 십 년 전 눈밭에 누워 <별들의 고향>을 바랐던 ‘경아’가 무색하도록 넘쳐나는 시대착오. 난감하다. 참을 수 없긴 한데 가볍지도 않다.

대체 <파이란>의 강재가 보여줬던 징글징글한 삼류인생의 애환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차라리 2.35:1로 보는 <사랑과 전쟁>의 선정적 재미라도 있었다면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견딘 것이 이토록 허무하지는 않았을 텐데. 적어도 20년은 늦게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마초적 호스티스 판타지 앞에서 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걸까? 당혹스러울 뿐이다.

글: 이지선 영화칼럼니스트
흥행성
65 %
작품성
59 %

-장진영의 변신이 궁금하다면
-‘딱이야’ 소리를 들은 김승우의 연기가 궁금하다면
-뒤늦게 도착한 호스티스 판타지 영화의 면면이 궁금하다면
-장진영의 연기변신 조차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파이란>의 감동을 그대로 깨고 싶지 않다면...

25 )
crazysun
글쓴이입니다. 우선 읽고 의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게 보신 분도 있는 것 같은데, 그 분들께는 제 글이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다소 송구하네요. 그러나 이 영화를 마주한 제 의견은 위와 같았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전체적인 영화에는 호감이 안 생기더군요.

그러나 제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 이 가이드를 따라라!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냥 하나의 참고사항, 의견이라고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영화관람이란 원래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일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지 않던가요. 아래 time54님 말씀처럼, 보고싶은 영화라면, 예고편이나 리뷰만 가지고 판단치 마시고, 직접 보고 느끼신 뒤 판단하시면 좋겠지요. ^^   
2006-09-01 03:14
nalraryzzang
올빼미영화제 때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상당히 괜찮게 봤는데....
엄청난 악평을....
이분 다른 영화는 어떻게 리뷰를 썼나 싶어 찾아볼래도....
찾을수가 엄네여.... -_-;;;
암튼 평론가의 추천 비추천은 쉽사리 믿음이 안간다는....   
2006-08-31 14:37
time54
리뷰나 예고편보다는 직접 보고 판단하는게...   
2006-08-30 13:39
enuom
예고편의 충격적인 장면들이 영화의 전반을 보여주는듯해서 은근히 기대가 되네요   
2006-08-30 10:31
alstn337
연애 그 참을수 없는 지루함..

중간까진 재밌었다.. 하지만 후반부 부터는 지루함에 치를 떨었다..   
2006-08-30 01:21
bboglebebe
그래도 본 사람은 괜찮다고 하던데..;;   
2006-08-30 00:23
whrrrkd00
평가는 그다지 좋지가 않네요~그래도 기대하고 있으니깐...   
2006-08-29 21:31
lee su in
나 또한 기대하고 있었는데...상당한 악평이네요.
수컷 중심 사고방식의 영화라서 그런가...칼럼리스트님이 여자분이신 것 같군요.

그리고 이 영화로 입봉한 김해곤 감독은 <파이란> 시나리오를 쓰신 분이고,
배우로도 활약했죠.
최근엔 <달콤한 인생>에서 무기밀거래상 두목으로 나오기도 했었구요.

그런데...칼럼리스트님은 마치 이 영화가 <파이란> 감독인 것처럼 오해하게 글을 쓰셨군요.
<파이란>은 송해성 감독의 작품인데, 좀 더 정확한 리뷰 부탁드립니다.   
2006-08-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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