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영화와 드라마 소설에까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전차남>은 2001년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의 연장선상으로 봐도 될 만큼 닮아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모두 지하철에서 맺어진 인연이라는 점, 인터넷에 공개된 후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두 영화 모두 ‘실화’라는 점은 영화를 보는 내내 버전만 다를 뿐이지, 화면 가득한 통신언어며, 엉뚱한 상상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내는 것까지 똑같다. 다만 터프한 여자주인공은 기품 있는 명품 족 ‘에르메스’로, 평범한 대학생은 폐쇄적인 성격의 오타쿠족으로 변신했다는 사실만이 다를 뿐이다.
지하철에서 취객에게 봉변을 당할뻔한 여자주인공을 도와준 뒤 ‘전차남’이란 아이디로 인터넷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려놓으며 시작된 이들의 사랑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받고, 22년 평생 여자와 눈도 못 마주치고 자신만의 세계 안에서 살아온 이 순진한 남자는 그들의 코치대로 데이트를 시작한다. 흡사 할리우드 영화 <Mr. 히치 -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의 인터넷 버전을 보는듯한 그들의 생생한 충고는 그의 외모에서부터 데이트 코스까지 너무나 완벽하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이들의 데이트는 연애초기의 설레임과 행복, 사소한 오해와 불안을 넘나들며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담아낸다. 실연한 간호사와 한집에서 각방을 쓰는 부부, 사회의 부적응자로 몰려다니는 젊은이들, 가족과 대화를 끊은 아들까지 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쏟아내는 충고와 위로들은 바로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다. 누구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하지만 거절당할 까봐 안절부절 하는 남자주인공의 행동은 사소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이들의 사랑에도 먹구름이 끼는 듯 보이지만 많이 알려졌다시피 이들의 엔딩은 ‘해피’하기 그지없다.
<세상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제작사인 도호 영화사는 <음양사><워터보이즈>의 야마다 타카유키와 <역도산>으로 유명한 나카타니 미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원작의 인물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는데 성공했다. 12세 관람가인만큼 무난한 연애이야기를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트렌디하게 잘 살려냈지만 발 빠른 일드(일본 드라마의 준말)마니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 영화는 보너스 컷으로 그 점을 충분히 상쇄(하려) 했다. 그 노력이 가상하다고 여겨지면 자막이 올라가더라도 바로 일어나지 마시길. 비밀은 2분이 지나야 밝혀진다.
2006년 9월 6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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