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사채업자에게 매달 같은 시간에 이자를 내는 사이로 안면을 익힌 만호(이선균)는 충동적으로 어린아이를 유괴하는데, 영화는 이렇게 한가지 의미에 이중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형식을 따른다. 영화 제목인 ‘출근’은 행복한 가장의 출근임과 동시에 빚쟁이로서의 ‘(출근)도장’이다. 사고뭉치 여고생 인질 태희(고은아)는 이미 한번의 ‘자작 유괴’를 한 인물이고, 딸과 아버지의 관계는 여러 가족을 통해 다양하게 다뤄진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시리즈’가 유괴가 부른 잔혹한 복수를 다뤘다면 <잔혹한 출근>은 그 상황을 코믹하게 다룸으로써 그 고통의 무게를 한층 덜어냈다. 영화가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흔들리지 않는 가장의 모습은 아버지와 남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 땅 의 모든 남자들의 공감대를 아우를 만큼 절실하고 든든하다.
하지만 유괴범의 딸을 유괴하는 ‘모든걸 파악 한 ‘ 유괴범의 진실은 크게 와 닿지만 연결성의 부족은 숨길 수 없다. 표정과 대사 하나만으로 캐릭터를 충실하게 만든 오광록과 김병옥의 재벌아버지와 사채업자 캐릭터는 이 영화의 백미다. ‘부성애’가 지닌 위대함과 아가페적인 사랑을 ‘유괴’라는 섬뜩한 소재로 재미있게 풀어낸 김태윤 감독은 영화 초반 투박한 연출력을 참신한 감동으로 아우르는 연출력을 선보였다.
2006년 10월 24일 화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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