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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식인남자, 슬픈 사연을 들추다
한니발 라이징 | 2007년 2월 23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존재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는 캐릭터가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뿌리가 되고 가지를 뻗어나가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후속편이나 프리퀼(prequel) 버전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도 그 이유다. 토마스 해리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양들의 침묵>에서 처음 스크린에 등장한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는 주동 인물인 클라리스(조디 포스터)보다도 극의 정서를 지배하며 관객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 이후로 <한니발>, <레드 드레곤>을 통해 뻗어나가던 캐릭터적 상상력은 비로소 그 근원지점까지 들춘다. 그것이 바로 <한니발 라이징>이다.

한니발 렉터가 사랑을 받은 것은 한니발 렉터의 분신이자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안소니 홉킨스 덕분이라 말할 수 있다. 그의 존재감은 <한니발 라이징>의 극복대상이 될 법 하다. 왜냐하면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는 안소니 홉킨스로부터 태어났고 완성됐기 때문이다. 지적인 카리스마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악함을 동시에 지닌 한니발 렉터의 유년시절을 연기한 가스파르 울리엘은 한니발에 대한 관심 안에서 기대와 우려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캐릭터의 매력은 적절해 보인다. 사악함의 관록을 뿜어내던 한니발 렉터의 치기어린 모습은 익숙한 캐릭터의 색다른 관찰로써의 흥미를 돋우며 본 캐릭터와는 또 다른 차별성을 획득한다. 물론 안소니 홉킨스가 보여준 원초적 매력을 뛰어넘었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와 무관하게 젊은 한니발 렉터는 적절한 어필을 보여준다. 이 사내가 인육을 먹게 된 사연이 궁금한 이에겐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는 것.

다만 전체적인 극의 양상은 장르적 기대감을 기대하는 이에게 실망스러울 법하다. 캐릭터의 근원지점을 설득하기 위해 이야기의 전개는 차분한 화법을 유지하는데 이는 의도와 무관하게 긴장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물론 서스펜스의 강도가 심리적 높낮이를 형성하지만 전체적인 극의 흐름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한니발 렉터가 형성해야 하는 서스펜스나 스릴러적 기대감을 고려한다면 그만큼의 실망감이 그 자리를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시각적으로도 살을 가르는 잔인함이 등장하지만 이미 <쏘우>시리즈의 전례가 보여 줄 것을 다 보여준 마당이니 <한니발 라이징>만의 특성으로 이해되긴 힘들다.

하지만 실망도 만족도 모두 한니발 렉터에게서 비롯된다. <한니발 라이징>은 말 그대로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덕분에 빛을 본 작품이다. 결국 한니발 렉터 기원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한니발 라이징>은 그만큼의 의미가 인정되는 영화다. 다만 단순하게 장르적 쾌감을 요구한다면 그에 대한 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말 그대로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 렉터에 의한, 한니발 렉터를 위한, 한니발 렉터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2007년 2월 23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한니발 렉터, 그 과거담이 궁금한 분
-장르적 목적만이 영화 관람의 전부가 아닌 분.
-꽃미남 살인마의 진중한 사연에 동정심을 느낀다면
-일단 ‘잔인하면 난 못봐’ 류의 남녀!
-스릴러적 긴장감에 온몸을 떨고 싶다면
-살인마의 진지 모드의 고백담이 부담스러운 분.
25 )
justjpk
슬픈 사연.. 궁금한데..
잔인 할려나??   
2007-02-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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