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여기서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공인된 관계에서만 유효하다)과의 섹스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한 삼각관계가 육각관계로 확장되면서 영화는 불륜의 가지치기로 만들어진 소개팅과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원나잇 스탠드, 친구에서 애인으로 발전한 대학 동창 등 온갖 종류의 만남을 아우른다. 동시에 ‘내 여자의 남자친구,’내 여자의 남자친구의 여자친구‘,’네 여자의 남자친구‘등 옴니버스형식을 빌려 돌고 도는 인간관계를 담아낸다. 상대방에게 가해자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이들의 뻔뻔한 연애담은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지만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다. 서로의 눈을 피해 섹스를 하고, 자신의 파트너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뿐이다. 하지만 각자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커플들의 이야기로 보기엔 부담 없지만 영화 시작부터 엔딩까지 마지막 남은 퍼즐 조각처럼 이어지는 영화 구조는 지나치게 작위적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이 한자리에 만나는 순간은 여태껏 <내 여자의 남자친구>가 보여준 발랄한 영상을 한순간 정지시킨다.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아무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결론은 모를 때가 속편한 존재가 ’내 여자의 남자친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바로 이 점이 <내 여자의 남자친구>가 난잡하지 않은 화끈한 섹시코미디로 돋보이는 결정적 이유다.
2007년 3월 9일 금요일 | 글_이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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