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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우직한 핏빛 향연!
| 2007년 3월 16일 금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만약 당신이 <수>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면 최양일이라는 네임밸류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번뜩이는 사시미 칼날에 배인 핏빛 예감, 즉 살기를 뿜어내는 날(raw)액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드보일드 클래식’이란 홍보문구는 생소하면서도 낯익은 기대감을 품게 한다. 왜냐 하면 그것이 최양일의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의 키워드와 지표는 모두 최양일 감독이 지녔고, 그로부터 출발하는 셈이다.

<수>는 한 사내가 펼치는 피칠갑 액션을 위해, 그의 과거를 조성하고 사연을 만들어낸다. 그 모든 과정과 사유는 이전투구의 살육전처럼 참혹한 난도질을 꾀하고, 첨예한 카타르시스를 분출하기 위한 사전작업들이다. 결국 <수>에서 중요한 건 사연보다는 결과물이다. '수'가 칼날에 베이고 쇠파이프에 가격당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적을 향해 돌진하는 연유가 명료하면 될 뿐이다. 그것은 최양일 감독의 전작들, 특히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와 같은 거침없는 복수극에서 드러난 정서와도 엇비슷하다. 그리고 형제애라는 근거를 얻은 복수극은 무분별한 폭력성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진정성을 확보한다. 19년만에 재회한 동생을 눈앞에서 잃은 형의 복수. 그것이 <수>가 머금은 폭력의 향연을 천박히 여길 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수>는 기대만큼이나 아쉽기도 하다. 물론 <수>의 액션은 붉은 핏물이 넘치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듯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하지만 그 핏빛만큼이나 진한 잔혹함 이상의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수’의 결연한 의지가 행하는 복수의 단호함에서 비장감이 묻어나지만 시각적인 정서 이상의 에너지가 분출되지 못한다. 그것은 캐릭터들의 정서가 산만하기 때문이다. 물론 타이틀롤을 표방한 <수>는 ‘수’에서 출발해서 ‘수’로 끝나는 영화라는 명쾌함을 지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에 산재한 인간 관계도가 허무한 종식으로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인물의 스펙트럼이 저마다 가지를 침으로써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며 장황하게 너비를 확장하던 이야기의 발목이 아킬레스건을 끊어내듯, 급작스럽게 종식되는 경황을 띤다. 어쩌면 그것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강렬한 캐릭터의 매력을 보이는 배우들의 능력치가 극대화됨으로써 겪게 되는 아이러니한 반작용 탓이기도 하다. 혹은 최양일 감독의 전작들, 가까운 실례로 <피와 뼈>에서 뿜어져 나오던 마초적 기질이 연약해진 덕분이기도 하다.

어쨌든 <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전례가 되어줄 법하다. 마치 피를 갈구하듯 분출되는 잔혹한 정서의 에너지는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비슷하거나 혹은 다르다. 잔혹한 정세와 인물의 심리가 맞물리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허망한 흑백감성과 달리, <수>는 지극히 사적인 우직함으로 무장한 채 직설적으로 돌격해 맞부딪쳐 으르렁거리며 피를 보고야 만다. 개싸움에 가까운 몸부림은 ‘수’라는 캐릭터가 킬러라는 전문직을 지녔다는 점에서 발견되는 이색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짝패>의 잔혹함과 맞물리면서도 희극적인 정서가 결여된 비장함으로 점철되기도 한다. 관객을 핏물 넘치는 폭력의 향연 안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겠다는 의도 안에서 <수>는 특별한 지표가 될 법하다. 방금 건져 올린 활어(活魚)의 펄떡임처럼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력을 다한 몸부림. 마지막 순간까지도 유혈사태의 처절한 고삐를 늦추지 않는 <수>의 우직한 태도는 분명 주목해야 할 면모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이 최양일 감독이라는 수식어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 역시도 이 영화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다.

2007년 3월 16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하드보일드한 핏빛 향연에 젖어보고 싶다면!
-지진희의 처절한 액션이 궁금하다면!
-극악한 악인의 세계! 그 악랄한 세계를 보고싶다면!
-피만 봐도 까무러치는 연약한 심성을 지녔다면.
-칼침을 맞고도 일어설 수 있는 인간의 의지를 부정한다면.
-잔인하지 않은 액션의 쾌감만이 필요하다면.
35 )
lyk1414
음.. 그닥 기대가 안된다   
2007-05-05 17:01
kangwondo77
욕심을 덜 부렸다면 괜찮았을 영화..   
2007-05-03 18:21
js7keien
관객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아쉬운 영화   
2007-04-30 11:28
kmj1128
졸작   
2007-04-27 01:58
loop1434
편집만 제대로 됬어도,   
2007-04-17 17:06
ewann
흥행성은별로..   
2007-04-06 04:31
shill
피비린내 진동하는 우직한 핏빛 향연...
정말 무서운 글이다...   
2007-04-02 10:28
kjh840920
보고싶어 보고싶어 ㅠ ㅠ   
2007-03-3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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