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동명 오리지널 원작 영화를 리메이크한 <힛쳐>는 로드무비의 풍광에 틴에이져 공포물의 감성을 더한 싸이코 스릴러다. 낯선 곳, 낯선 이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이용한 공포는 수많은 하드고어 슬래셔 무비의 기본 습성이기도 하다. 다만 <힛쳐>는 육질적 통증을 뿜어내는 수많은 동류 장르에 비해 사실 잔혹함의 농도는 옅다. 그건 <힛쳐>의 카메라가 머리 좋은 범인에 의해 끌려 다니는 남녀의 상황을 쫓는데 더욱 주력하기 때문이다. 범인의 생생한 살육 과정보다 상황 종료 후의 참혹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신체 훼손 장면에 단련된 성향이 아니라면 잔혹함의 수위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트럭에 묶인 짐 할시(자크리 나이튼)의 신체 훼손 씬은 메이져에서 보기 힘든 B급 고어 무비의 느낌마저 준다.
원작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사악한 살인마 존 라이더(숀 빈)의 표적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원작에서 범인에 의해 쫓기던 짐 할시는 리메이크작에서 연인을 동승시킨다. 그리고 <힛쳐>는 운전석의 짐 할시보다 그와 동승한 그레이스(소피아 부쉬)의 시선으로 서스펜스의 초점을 맞춘다. 이는 <스크림>과 같은 틴에이져 무비가 젊은 여성의 육체성을 통해 살인마의 잔인성을 부각시키던 효과와 비슷하다. 하지만 쉽게 증발되는 여성의 비명만큼이나 <힛쳐>의 공포는 가볍다. 순간적인 발작 현상은 유발되지만 연쇄적인 공포의 무게감은 주지 못한다. 그건 애초에 <힛쳐>가 장르적 편법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힛쳐>는 원초적인 사악함으로 무장한 범인의 피칠갑 로드쇼에 가까운 묻지마 살육전의 외형을 갖추었지만 범인의 행동 방침은 의문을 지니게 한다. 그건 범인 스스로 지정한 목표 대상의 주변인들은 무작위로 쉽게 살육하는 비정함을 보이면서도 정작 타켓의 조준은 거두기 때문이다. 그건 <힛쳐>가 육박전보단 심리전에 치중하고자 한다는 증거다.
하지만 범인이 설정한-혹은 그래 보이는- 게임의 법칙은 희미하고, 마지막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결국 <힛쳐>는 장르적 대범함을 지향하는 골수 팬들에겐 겉핥기 수준에 그친다. 또한 심리적인 두뇌 유희의 전초를 마련하지만 그에 대한 실적은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힛쳐>는 시각적인 파격이라 지칭하기엔 부족하고, 정서적인 충격을 거두기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도 결말의 상황 변화는 급작스러움을 지울 수 없다. 갑작스런 캐릭터의 심정적 변화는 당위적일지 몰라도 그것이 우월한 지능 지수와 거침없는 잔혹성을 지니던 악인의 처단을 너그럽게 이해할만한 명확한 이유가 될 수 없는 탓이다. 다만 장르의 외관상 갖출 것은 죄다 갖추었고, 그로 인한 효과는 일정하게 발생한다. 결국 무난한 피서 수준의 긴장감을 원한다면 그 정도의 만족감은 채울 수 있으나, 볼만큼 본 관객의 장르적 기대감을 만족시키기엔 스릴이 부족하다.
2007년 7월 13일 금요일 | 글: 민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