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인 설정과 과잉의 몸짓을 펼치며 웃음으로 보상될 수 없는 식상함의 경지에 이르던 우격다짐 표 코메디 영화가 <사랑방>을 통해 연상되는 건 무리가 아니다. 그건 아무래도 충무로 표 코믹 시리즈의 양대 산맥인 사부 시리즈와 가문 시리즈의 대표 선수 두 명, 정준호와 김원희가 전면에 배치된 까닭이다. 하지만 <사랑방>은 웃음을 위해 이야기를 도구로 전락시키진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에 웃음을 곁들이는 방식이다. 원작에서 변주된 캐릭터들의 설정은 배우들과 맞아 떨어지는 형국이고, 이야기의 짜임새도 후반부에 늘어지는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썩 나쁘지 않다. 몇몇 캐릭터의 애드립에 의존한 채 무색한 웃음 뒤로 허탈함을 남기던 코메디 영화들을 생각한다면 <사랑방>의 드라마는 위안이 된다.
무엇보다도 <사랑방>의 재미는 사랑방의 두 여성 캐릭터들의 변주된 설정 덕분이다. 옥희(고은아)가 엄마인 혜주(김원희)와 갈등을 빚는 건 그녀들의 나이차가 딱 15세에 불과한 덕분이다. 모녀관계치곤 짧은 15세 나이차는, 15세 소녀에겐 남부끄러운 사실이며, 이는 사춘기에 들어선 감수성을 신경질적으로 건든다. 한편으론 사랑방 손님 덕근(정준호)을 향한 여성의 라이벌 의식에도 맞닿는다. 또한 그 뒤에 숨은 사연들은 노골적이지만 극적이다. 어머니와 딸 사이에 애틋하게 존재하던 감정은 비밀의 고백으로 뚜렷이 드러난다. 또한 그 상황에 개입하는 덕근의 선수 생활 역시 아버지에 얽힌 기구한 인생사에서 비롯된 것임에 동정심을 부른다.
물론 이야기가 결과적으로 지향하는 건 가족주의적 해후이며 그것은 해묵은 신파적 감동으로 활용된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비약이 드러나며 이는 극의 전개를 다소 느슨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와 함께 웃음의 코드가 후반부에 이르러 다소 약화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사랑방>은 완벽하지 않아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구석이 있는 영화다. 그건 아무래도 캐릭터들의 사연이 만들어 낸 이야기의 모양새가 아기자기한 정감을 지니고 있는 덕분이다. 게다가 웃음은 이야기를 해치지 않는 데코레이션 수준으로 놓여있다. 단지 웃음을 위한 개그쇼 같은 영화가 아닌 이야기에 웃음을 곁들이며 정서를 형성하는 <사랑방>은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 노력의 잔여물로 인정받을 만하다.
2007년 8월 1일 수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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