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탁재훈)와 주연(염정아)은 필름이 끊긴 하룻밤을 공유한 덕분에 남녀 사이엔 우정이란 없다던 속설을 10년 만에 증명하고 만다. 그래도 대학 시절, 선배에게 밉보인 성태가 혼날 때 유일한 대변자 역할을 했다는 주연이나 술에 만취해 몸도 못 가누는 주연 옆에 끝까지 남아 무사 귀가 시켜주곤 했다는 성태의 사연을 들어보면 그들의 하룻밤 동침은 실수가 아닌 결혼이란 단계로 가기 위한 필연이 아니었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폭풍으로 신혼 여행 비행기가 뜨지 못함에 예정 없던 귀가 후에도 그들의 신혼 첫날밤은 깨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신혼 여행 후 첫 출근을 맞이한 직장에서의 갑작스런 이상형의 출현에 신혼의 단꿈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후회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일단 코믹한 스타일로 차려 입은 캐릭터들은 순발력 있는 대사와 엉뚱한 상황 연출로 시종일관 유연한 웃음을 끼워 넣는다. 또한 지나치게 웃음만을 조장하지 않으며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웃음이 유발된다는 점은 이 작품이 지향하는 것이 저돌적인 웃음의 향연만은 아닌 것이 확실해 보이기에 적절해 보인다.
마치 <장미의 전쟁>의 과격함을 덜어내고 웃음을 가미한 듯한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한국 사회에서 소통되는 결혼이란 제도를 일탈적으로 가볍게 접근한다. 10년 지기 우정을 기억나지 않는 하룻밤으로 인해 사랑으로 갈아탄 부부가 하룻밤 만에 맞바람 피는 설정은 단순히 영화 속 허구라 단정지었을 때 장르적인 측면에서 적당히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웃음이 가미되는 배경의 활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이색적인 설정이 어딘가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건 이미 한번쯤 본 적이 있던 기억 때문이다. 맞바람의 모양새는 그것이 단지 코믹이 아니라 할지라도 여타 어느 영화에서 이미 눈에 익은 설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된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만해도 간단히 말하자면 부부의 맞바람에 가깝다. 다만 장르적으로 추구하는 정서적 활용도가 다를 뿐이다.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웃음의 화법을 통해 민감한 소재를 가볍게 다룬다. 그건 이 영화가 꾀하는 설정의 사안이 캐릭터의 사적인 영역에서 머무르고 있는 덕분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다소 공격적인 설정은 웃음의 소재로서 활용되고, 이는 상투적인 전개와 전형적인 장르의 도식성을 어느 정도 눈가림한다. 소재는 결국 장르를 위해 소비된 기자재에 불과하다. 결국 적당한 수위에서 지속되던 웃음을 거쳐 영화의 말미에 다다르면 <내 생애 최악의 남자>라는 제목의 의미 정도는 인지하게 된다. 이는 장르가 취하고자 했던 웃음의 적당한 만족감은 거둘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되기엔 싱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건 추임새를 넣는 웃음의 모양새는 적절했으나 드라마의 자질이 정서적 감동을 끌어내기엔 너무나도 진부한 까닭이다.
2007년 8월 23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