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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남극일기>의 악몽을 깨끗이 씻길 바라마지 않는다.
헨젤과 그레텔 | 2007년 12월 21일 금요일 | 하성태 기자(무비스트) 이메일


<헨젤과 그레텔>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정공법을 자랑하고, 진중하면서도 슬프며, 비극적이지만 절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임필성 감독이 “공포스릴러가 아닌 잔혹동화”로 불러달라는 당부를 했는데 이 영화는 진정으로 <장화, 홍련>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 보다 오히려 불가능한 혹은 정체불명의 대상에 접근해 가는 감독의 전작 <남극일기>를 닮아 있으되 좀 더 대중에 다가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헨젤과 그래텔>은 마녀가 ‘과자의 집’에 잡아놓은 아이들이란 ‘그림형제’의 원안을 비틀어 놓은 듯 보인다. 비밀을 간직한 듯한 세 남매,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부모, 그리고 이 ‘네버랜드’에 떨어진 순수한 은수(천정명), 그리고 감춰졌던 비밀까지.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김민숙 작가와 임필성 감독이 직조해 낸 이 잔혹 동화의 세계는 아슬아슬하게 대한민국의 동시대성을 유지하면서 동화적인 그로테스크함을 창조적으로 시각화해 낸다. 세트와 미술의 공을 들인 흔적은 역력하며 또한 효과적이다. 절제와 형식미가 그럴싸하게 통제된 음악과 촬영 또한 무시 못할 임필성 감독의 연출력을 느끼게 한다.

감독의 전작 <남극일기>가 도달 불능점에 다다를수록 깨닫게 되는 최도형(송강호)의 아버지되기의 고행과 민재(유지태)의 탈소년의 과정이었다면 <헨젤과 그래텔>은 좀 더 직접적으로 아이와 어른의 대비시킨다. <오멘>의 데미안을 방불케 하는 첫째 만복이의 능력이 차근차근 전시될 때까지만 해도 증오어린 어린 악마들을 타자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뭉스러운 변집사(박희순)가 등장하고 그 정체를 드러낼 무렵부터 이 소년성과 어른들로 대비되는 세속의 세계에 대한 대비는 뚜렷해진다. 전작에서 네티즌들의 폭탄세례를 감내해야 했던 임필성 감독이 대중를 너무 의식한 것이 아니냐 싶을 정도로 우직하게. 특히 아이들이 지닌 비밀의 연원이 밝혀지는 후반부 플래쉬백은 정직하다 못해 보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파놓을 정도로 직설적이라 몽환적인 그로테스크함으로 가득 찼던 중반부와 대비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함, 그 이면에 도사린 공포와 세속에의 대비라는 주제를 구현하는 방식은 세련되고 정교하나 어딘지 모르게 갑갑하다. 그건 빠져나갈 수 없는 숲의 미로나 깔끔하게 정돈된 ‘즐거운 아이들의 집’ 세트 등 배경이나 외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감독은 은수가 떨어진 이 지옥이란 공간을 버텨나가는 시간을 친절하게 일일 단위로 구분해 놓았다. 그러나 천정명의 기존 이미지와 연기 탓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순수한 어른인 은수에게 도무지 감정 이입이 되지 않는 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호러와 스릴러의 기법을 과도하지 않게 차용, 은수가 아이들의 비밀을 캐내는 중반부까지 극의 긴장을 주기는 하나 대중 영화의 호흡이라기에는 너무나 절제되어 있다. 임필성 감독의 작가적 야심과 대중성 사이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샤이닝>이 극도의 공포를 전달하는 지점은 제대로 미쳐가는 잭 토랜스(잭 니콜슨)의 광기다. 하지만 <헨젤과 그래텔>의 천정명, 은수는 주제의 대비를 위해서인지 너무나도 선하고 아이들의 위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 투입된 인물이 <세븐데이즈>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박희순. 1인 2역으로 분해 종횡무진하고 있는 박희순은 영화 데뷔 초반으로 돌아간 듯 한 신들린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이 작품이 연말 관객들을 끌어 모은다면 일등 공신은 역시 박희순이다. 한편 천진난만함과 분노, 슬픔과 연민을 동시에 자아내는 세 아역의 연기, 특히 클라이맥스의 눈물 연기는 ‘잔혹동화’에서 눈물을 훔칠 기회를 열어 준다.

구구절절이 아이들이 납득할 만한 순수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주제를 설파하는 <헨젤과 그레텔>의 또 다른 미덕은 공포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징벌과 구원, 속죄의 정서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건 아이들은 물론 주인공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여 버리는 중인 한국 대중영화에 있어 소중한 미덕이다. 환상이든 현실이든 죽지 않고 그들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 보다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부디 소년들을 사랑하는 임필성 감독이 이 작품으로 <남극일기>의 악몽을 깨끗이 씻길 바라마지 않는다.

2007년 12월 21일 금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천정명의 군입대전 마지막 작품이라며?
-<세븐데이즈>로 박희순의 팬이 된 당신.
-한국영화에서 처음 만나는 잔혹동화, 땡기지 않아?
-<남극일기>를 증오했던 당신이라면 망설여질지도
-이건 호러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여!
-연말연시는 따뜻하게! 이건 너무 ‘핫’하잖아.
40 )
pontain
맛없는 양과자를 잔뜩 먹은 느낌.   
2008-01-05 18:40
astrables
한번 보고 싶네요   
2008-01-04 01:24
mckkw
아이들의 비밀이 뭔지 궁금해 미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비밀이 밝혀질때는 이미 맥이 풀려버렸다.
정말 지루함의 지존이다.   
2008-01-02 11:52
madwan
장화홍련도 그렇고 이것도그렇고 배경이라던지...소품이라던지에 더 눈이가요;ㅁ; 볼건 참 많은데 내용은 볼게없다랄까...이영화의 내용은 좋을지 어떻지 안봐서 모르겠지만ㅎ   
2008-01-02 01:08
theone777
그렇군요~   
2008-01-01 05:43
iamjo
기대는 않되지만 기회가 된다면   
2007-12-30 20:09
lolekve
... 왠지 땡기지 않는..ㅠㅠ   
2007-12-30 16:12
lolekve
... 왠지 땡기지 않는..ㅠㅠ   
2007-12-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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