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라 2] 혹은 대부분의 헐리웃 블록버스터 and 속편영화를 관람할 때 유념해 두면 조금은 유쾌한 관람이 될 수 있는 덕목이 있다. 전형적인 헐리웃 블록버스터이자 효과적인 속편전략을 택한 <미이라 2>는 그런 요소를 지니고 있다.
블록버스터를 만들면서, 또 속편을 만들면서 헐리웃의 제작자나 감독은 제일 신경을 쓰는 부분이 시나리오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몸값 비싼 작가를 여러 명 동원하기도 하고 시나리오를 수도 없이 고친다. 그리고 나서는 한결같이 시원찮은 줄거리를 가진 영화를 만들어낸다. [미이라 2]도 예외는 아니다(자꾸 이모텝은 황장군하고 비교하게 돼서 한심해 보인다). [미이라 2]는 이벤트영화다. 대규모의 특수효과, 특히 CG가 만들어내는 스펙타클의 연속을 즐기면 그만인 영화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액션은 관객을 정신없이 만들면서 즐거움을 준다.
이건 대다수 블록버스터보다는 [미이라 2]에만 해당되는 경우다. [미이라 2]는 전편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나 상황, 액션을 곳곳에 심어놓고 있다. 하지만, 전편을 기억해낼 수 있는 장면은 계곡에서 이모텝의 마법에 의해 해일이 덮치는 장면 정도다. 나머지는 전편을 염두에 둔 것 같기는 하지만, 썰렁하고 쓸데없는 짓 같아 보인다. 그 이유는 <미이라 2>가 그런 전략을 쓸 만큼 카리스마가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이라 1]은 흥행은 성공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는데 재미있는 영화" 정도일 뿐 [스타워즈]나 [배트맨]이 아니다. [미이라 2]의 주인공들의 귀환을 기다리는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중간중간의 지루함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이라 2]를 보는 것은 테마파크에 놀러가는 것과 같다.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을 탈 때 잠시동안의 스릴을 즐기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과 같은 경우다. 스펙타클과 드라마가 이토록 순차적으로 연속되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지겨운 드라마가 계속되는 장면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팝콘을 정신없이 먹어도 영화관람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미이라 2]는 블록버스터의 전형적 전략을 그대로 취하고 있다. 새로움을 창조하기보다는 익숙한 것들을 능숙히 조합해내는 영악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디아나 존스]를 차용하고 있으며 거기에 [터미네이터 2]와 같은 전략을 취한다. 예상 밖의 히트를 한 저예산 영화(헐리웃의 제작비 기준에서)를 엄청한 물량의 특수효과를 쏟아부어 대규모 블록버스터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을 그대로 따른다(물론 [터미네이터 2]와 같은 주제적 고민은 전혀 없지만)
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면 특정영화를 노골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인디아나 존스](초반부 동굴에서의 홍수장면), [스타워즈]시리즈(밀레니엄 팔콘의 광속기와 유사한 비행선의 가속장치,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자신의 운명을 깨닫는 "메자이" 오코넬), [터미네이터 2](전편에서 나약하고 보호받던 여주인공이 속편에서는 전사로), [브레이브 하트](사막의 대규모 전투씬), [쥬라기 공원](수풀을 헤치고 다가오는 좀비들의 사냥법은 랩터를 떠오르게 한다), [에이리언](런던 거리의 추격씬 중 벽타기하는 미이라)까지. 개인의 느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유사점을 찾아내는 재미도 [미이라 2]를 보는 즐거움이다.
[미이라 2]는 가족간의 사랑과 불사신의 주인공처럼 전형적인 가치관을 말한다. 어떤 가치, 체제의 전복이나 그 기미조차 없다. 익숙한 가치와 내용을 잘 버무린 비빔밥 정도의 영화다. 이미 그렇게 작정하고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뻔하다고 욕하는 것은 헛소리다. 그저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반찬, 예를 들면 런던 거리에서 벌어지는 미이라와의 추격전(개인적으로 최고의 명장면이다)이나 사막에서의 대규모 전투씬, 아니면 스콜피온킹과의 클라이막스 장면을 전혀 심각함 없이 맘껏 즐길 마음만 있으면 된다. 머리는 필요없다. 그게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