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데코레이션의 케이크가 먹음직스럽다. 한 조각 잘라 한 입 베어 물어보니 부드러운 빵 사이를 채운 촉촉한 생크림이 달콤하기 그지없다.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물었을 때 그 혀끝에 전해지는 달콤함은 행복의 최소단위라 할 수 있을까. 잠시나마 오로지 홀로 느낄 수 있는 온전한 행복이 혀끝에서부터 달콤하게 녹아 내린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인생의 너비를 깨닫고 미세한 행복을 찾아가는 네 남자의 사연이다.
일본의 베스트셀러이자 국내출간 시에도 큰 인기를 모았던 순정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원작으로 한 <앤티크>는 원작의 레시피와 데코레이션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배달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과 같이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트렌디한 취향이 적극적으로 총아를 이룬다. 구체적으로 나누자면 동성애를 소재로 한 퀴어 무비이자 케이크 가게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 전문직 드라마, 그리고 꽃미남들의 메트로섹슈얼한 이미지를 근사하게 엮어낸 캐릭터 무비다. 이 모든 것들이 <앤티크>의 화려한 데코레이션 양식을 완성하는 요소다.
<앤티크>는 네 남자의 사연이 조각처럼 모여 완성된 하나의 케이크와 같다. 네 남자가 모인 케이크가게 ‘앤티크(Antique)’는 각자의 사연 속에 내재된 상처를 서로에게 고백하는 장소다. 봉인된 트라우마를 풀어내듯 네 남자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공개될 때 그 상처와 대면한 멤버들간의 연대감은 더욱 돈독해진다. 또한 네 남자는 각자의 특별한 사연만큼이나 개성이 강하지만 그들의 어울림도 자연스럽다. 제 각각의 맛이 다르지만 진열장에 나란히 세워두기 좋은 조각케이크처럼 돋보이는 조합을 형성한다.
TV미니시리즈의 형식으로 몇 회 분량에 나눠 방영해도 좋을 만큼 확대해도 좋을 만한 사연을 집약적으로 추스르고 연결해 나가는 <앤티크>는 그 사연의 간격을 매듭짓고 연계하는 방식으로 시각적인 편집효과를 적극 활용한다. 컷어웨이나 와이프와 같은 장면 전환을 적극 활용해 화면을 다채롭게 디자인하고 때론 뮤지컬적인 요소를 가미하며 화려한 장면을 얹어내기도 한다. 특히 다양한 효과를 응용한 표현력으로 스크린에 만화적 틀의 상상력을 입히는데 성공한다. 시각적인 묘미가 도처에서 발생한다. 발랄하면서도 지나치게 붕 뜨지 않는다. 그 틈새로 유머러스한 대사와 상황들이 포개진다.
가장 흥미로운 건 <앤티크>가 남성들의 연대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진혁(주지훈), 선우(김재욱), 기범(유아인), 수영(최지호)은 <앤티크>라는 하나의 케이크를 이루는 네 조각과 같은 존재다. 물론 구심점이자 무게중심인 진혁의 사연이 중점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세 남자의 사연 역시 저마다 기둥을 이루고 <앤티크>를 지탱한다. <앤티크>는 네 명의 사연을 비중의 차이와 별개로 고른 관심을 얻을만한 형태로 완성한다. 네 조각의 사연을 통해 <앤티크>는 달콤한 인생의 비결을 선사한다. 각기 상처를 지닌 네 젊은 청년은 서로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상대의 상처를 바라보며 스스로 위로 받는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꿈에 대해, 기억에 대해 각기 절망하거나 좌절하던 청년들은 비로소 스스로를 극복하고 진짜 삶을 꿈꾼다. 아마추어들은 비로소 프로페셔널로 성장한다. <앤티크>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주관이 뚜렷한 트렌디드라마다. 외모에 신경 쓰면서도 내실을 갖추고 있다. 근사한 데코레이션만큼이나 부드럽고 달콤한 케이크를 맛본다는 건 실로 즐거운 일이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충분히 즐거움을 만끽해도 좋다.
2008년 10월 30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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