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하루아침에 괴한들의 손에 잃은 형사가 있었으니 그 남자의 이름은 맥스 페인. 그는 가족을 살해한 범인 3명 가운데 2명은 현장에서 사살하지만 도망친 나머지 한 명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맥스 페인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그를 향한 경찰의 감시망이 좁혀지기 시작하는데..
출시된 지는 오래 되었지만 오락성과 완성도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았던 동명의 원작 게임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피닉스>와 <오멘>의 리메이크를 맡았던 존 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눈치 빠른 독자 분이라면 <오멘>의 리메이크 감독이라고 했을 때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 신작 역시 영화적 완성도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말고 관람하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마크 윌버그는 <해프닝>에 이어 관객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 놓는다.
시각적 시퀀스에 대해 살펴보겠다. 원작 게임의 분위기가 가족을 몰살당함으로 절망과 고통에 빠진 맥스 페인의 차갑고 공허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상당히 어둡고 음산하기에, 영화 역시 게임의 분위기를 스크린에서 반영하고자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명암 대비 시각효과를 최대한 창출한다. 이를 통해 서스펜스와 긴장감 고조를 형성함과 동시에 느와르적 정서가 영화 속에서 최대한 부각된다. 하나 게임 속 불릿 타임(Bullet Time) 효과는 영화 속에서 <매트릭스>만큼 효과적으로 구현되지 못한다. 원작 게임의 최대 매력이었던 불릿타임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적의 총알을 피하는 시퀀스에만 부각됨으로 주인공의 총알은 <매트릭스>나 <원티드>에서 보여주었던 시각적 쾌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도리어 적의 총알의 활약상이 부각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살해당한 이들의 팔에는 공통적으로 검은 날개 모양 문신이 나타난다. 이 문신은 ‘발키리(Valkyrie)’를 의미하는 것으로, 발키리는 북유럽 바이킹들에게 ‘전사의 천사’로 불리던 존재다. 용맹한 전사가 전쟁을 하다가 전사하면 그를 하늘로 인도해 주는 천사라고 하는데, 영화 속에선 피해자들이 죽기 전 어김없이 발키리가 날개짓을 하며 다가온다. 참고로 피해자들은 용맹함과는 관련 없는 사람들이다. 원작 게임에는 없는 이들 존재가 영화 속에서 <콘스탄틴>과 같은 천상계를 반영하나보다 생각하고 관람한다면 영화 러닝타임 2/3이후 정말 허탈하기 짝이 없다. 이에 관해 글을 진전시킨다면 스포일러가 되기에 더이상의 언급은 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원작을 영상으로 옮김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해당 원작을 효과적으로 변주해내는 감독의 재해석 능력이다. 만일 원작을 재해석해낼 재간이 없다면 <20세기 소년>처럼 원작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기기만 해도 중간은 갈 것이다. 원작 자체가 게임 팬들에게 각광 받았던 큰 이유가 불릿 타임 모드와 더불어 스토리라인이라는 치조골(齒槽骨)을 강화시켜주는 탄탄한 플롯이었다. 하나 존 무어는 원작 게임 속 내러티브를 변주함에 있어서 원작의 플롯을 강화시키기는커녕 내러티브와 플롯이 따로 노는 따로국밥으로 만들어버렸으니 이 형국을 어찌하면 좋을까? 문제는, 원작을 몰라서 원작과 비교를 할 수 없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이 영화의 내러티브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맥스 페인>만은 <하우스 오브 더 데드>와 <아파트>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길 바랬지만 이들 영화의 궤적을 똑같이 밟아가고 만다.
2008년 11월 14일 금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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