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는? 1970년 서울 출생.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95년 MBC 탤런트 24기로 입문, 97년 <예스터데이>에서 첫 주역을 맡음. 드라마 <지평선 너머>, <거짓말> 등에 출연했으며 영화는 98년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데뷔. [자귀모] [주유소 습격 사건] [플란다스의 개] [하루]에 출연했으며 23일 개봉하는 [신라의 달밤]에서 호연을 펼침. 강우석 감독의 연출복귀작 [공공의 적]에 캐스팅,오는 7월 촬영예정.
데뷔작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대종상 신인남우상,춘사영화제 신인남자연기상,백상예술대상 신인상 수상.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제20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수상.
영화배우 이성재. 영화가 있어 행복한 사나이다. 영화현장에서 인생의 행복감을 느낀다는 그는,영화 이외에서 행복감을 느낄수 있는 게 한가지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영화로 채워지는 일상과 인생의 일기장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영화 생각을 하면 왠지 두근거리고 설렌다는 그는 천상 배우인가 보다.
오랜 장마끝에 찾아온 단비가 내리는 서울 광화문. 그는 미리 약속 장소에 와 있었고,참 수수하고 편안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성실하고 예의 바른 연기자로 통하는 이성재. 주유소 털이에서 허약한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멜로,코미디,정통 드라마 등에서 다양한 연기변신이 가능한 그가 이번엔 코믹액션에 몸을 던졌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신라의 달밤](김상진 감독-좋은영화 제작)에서 일등급 깡패 박영준 역을 맡아,연기영역을 넓히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얌전한 모범생에서 깡패로 변신한 그가 옛친구 최기동(차승원)과 민주란(김혜수)을 사이에 놓고 벌이는 코믹터치의 사랑과 우정은 관객들을 폭소 속으로 몰아간다. 지난 봄 개봉한 [하루]에서 소박한 소시민의 모습을 그렸던 그가,이번 영화에서 지적인 조폭으로 등장,이성재 연기의 또다른 맛을 안겨준다. [주유소 습격사건]이후 또 한번 관객들을 시원하게 웃겨주면서,여름 영화가에 한국영화의 맛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마디로 이 영화의 미학은 '재미'란다.
그는 작품이 결정되면 영화사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 그는 촬영을 할 때 스타이기 보다는 좋은 영화를 위한 임무를 부여받은 협력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시나리오를 받아들때부터 상영이 끝날 때까지 모든 작업이 매력적"이란다. [하루]'이후 8개월 동안 쉬면서 권투도 해보고 골프도 시작해보고 스쿼시도 해보았지만 별 재미를 못 느꼈단다. 빈둥빈둥 쉬는게 좋았단다. 주로 세차를 하면서. 세차를 하면서 비눗물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 정화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참 좋았단다.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밤 촬영 끝나고 새벽에 마시는 소주맛은 정말 맛있단다.
예의 바르고,튀지 않고,일상인의 모습을 지니면서도,작품 속에선 자기 빛깔을 찾아내는 이성재. 영화를 하면서 관객과 공동작업을 하는 스태프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는 배우인 그는 "늙어서까지 연기할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했다. 우리 시대의 젊은 배우 이성재를 만나봤다.
"영화, 생각만해도 설레 스크린 삼투압 뛰어난 카멜레온 배우 되고파" 새 작품 '신라의 달밤'선 지적인 '일류깡패' 변신 "2시간 웃음 확실히 보장"
(웃음)없었어요. 고 3때 진로를 결정하면서 갑자기,문득 한 순간에 연극영화과로 정했어요. 고등학생 시절 틈나면 영화를 보곤했지만 동경같은 것은 없었어요. 충격처럼 결정,연극영화과엘 들어가게 된 셈입니다.
아직도 많이 잠재돼 있는 것 같아요.(웃음) 사실 전 끼가 없어요. 무끼의 끼도 끼라고 생각해요. 문득 문득 일탈된 행동을 하곤 했지요. 고등학교 때 화약총으로 영화 속의 장면 흉내도 내고,러시안 룰렛 게임도 하곤 했지요. 대학에선 영화연기전공이 없어 연극연기전공을 했지요. 어떤 선배처럼 충무로에 가서 청소하면서 영화배우되려는 배짱도 없었어요. 그래서 방송국 공채 시험에 응시,방송사를 거쳐 영화로 가는 우회작전을 구사했지요. 방송사 공채도 세번 만에 붙었어요.(웃음)
전 한번에 뜰 배우도 아니었고,청춘스타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데뷔시절 제게 주어진 단역도 너무 즐겁게 일했어요. 2년 동안 연수하는 마음으로 일했어요. 물론 동기들이 주역할때 집에 있을라치면 직장인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지요. 누군가 최소한의 로비(?)를 해야한다고 충고도 들었지만,전 예의 바르고,인사 잘하고,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KBS 드라마 '거짓말'에 출연했는데 마니아층으로부터 반응도 좋았어요. 그 당시에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두말 않고 결심했지요. 워낙 영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신이 났었어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작품성과 흥행성 등 골고루 평가를 잘 받은 작품이라 더욱 뜻이 깊었어요. 동국대 재학 시절 전철역에 스타들 사진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나도 언젠가는 충무로에 사진이 걸려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마래에 상받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혼자 흐뭇해하곤 했지요. 그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을땐 참 기뻤습니다.
배우에겐 연기 잘하는 게 제일 좋은 것이겠죠. 촬영의 즐거움도 크지만,준비과정을 더 즐겨요. 그 결과물인 완성된 필름을 보면,여러가지 작업들의 엑기스가 고스란히 배어나와 만족감을 느낍니다.
가족적인 공동체생활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배우라고 특별히 대접 받는 것 보다,한작품 한 영화를 만든다는 식구개념으로 참가해요. 조명,촬영 등 각 역할이 있듯이 배우 역시 연기라는 역할로 참가하는 것이지요. 각 임무가 있는 것입니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스태프의 일원으로 같이 작업하고 지내는 일은 너무 즐겁고 행복합니다. 촬영현장 이상의 행복감을 주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직업이 최고겠지요. 제 경우엔 배우 이상의 좋은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안성기 선생님요. 그분이 생각하시는게 제가 연기생활을 하면서 많이 느끼게 되요. '깊고 푸른 밤'의 냉혈한,'고래사냥'의 왕초 등 작품과 성격에 따라 참 분명한 연기를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위험한 말이긴 한데 배우가 한색깔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전 색깔을 갖고 싶지 않아요. 작품 A에서 빨간색을 보였다면 작품 B에서는 빨간색을 비우고 다른 색깔을 담고 싶은 거죠. 거짓말같이 분명하게 말입니다.
사람사는 이야기에는 가벼운 삶도,무거운 삶도 있지요. 꼭 진지한 영화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영화 몫의 70%는 관객이 아닐까요? 홍상수 감독처럼 작가주의 영화도 있어야 하고 김상진 감독처럼 두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영화도 있어야 하겠지요. 저 역시 특별하게 진진한 세계를 고집하고 싶진 않아요. 다양성, 그것이 대중문화의 속성 아닌가요?
예술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만이 좋은 영화라고 말하긴 어렵지요. 심지어 가볍고, 저질이라고 할지라도 일단 제가 좋으면 하지요. 전 관객이 봐주는 영화를 하고 싶어요. 관객없는 영화는 상상할 수 없지요. 처음부터 제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저의 느낌이나 행동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하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일종의 의무감이지요.
많이 움직이던,적게 움직이던 간에 개인적인 인물이 부각되는 영화는 한편도 없었어요. 상대 배우를 받쳐주는 역할이 컸지요. 개인적으로 욕심은 있지요. '박하사탕'의 설경구,'내 마음의 풍금'이나 '해피엔드'의 전도연 같은 역할말입니다. 그러나 전 지금까지 인물에 끌리기 보다 작품에 끌려서 출연한 경우가 많아요. 애매모호한 캐릭터가 많아 연기하기가 어려운 배역이 많았어요.
영화적인 재미가 있고,감동을 주고,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영화적 재미가 큰 작품입니다. 전 어설픈 감동보다 재미가 크다면 그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신라의 달밤'은 두시간 동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미학은 바로 재미 그 자체입니다.
고등학교땐 모범생이었지요. 저 역시 모범생이었어요.(웃음). 모범생에서 깡패로 변신하는 인물이지요. 그동안 보아오던 상스러운 깡패가 아니라 깔끔한 외모와 지적인 모습을 갖춘 조폭이지요. 작품 전체의 컨셉트가 재미와 코믹액션으로 설정되 있기 때문에 개인인물의 부각보다는 작품 전체의 재미에 관람 초점을 맞추시면 관람효과가 배가 될 겁니다.
강우석 감독님의 '공공의 적'에 캐스팅 됐어요. 극중 배역은 패륜아지요. 악덕 펀드 매니저로 광기를 지닌 살인마이지요. 그 보다 더한 악역은 없을 겁니다. 악역은 언젠가는 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맡게 됐어요. 강우석 감독, 설경구씨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전 7월 중순부터 촬영에 참가합니다.
<자료출처 :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