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전설에서 ‘버지니아 덴타타’는 이빨 달린 여자의 성기. 그리고 남자들의 무의식적인 거세공포를 드러내는 오랜 상징이라고 표현된다. 이러한 내용은 수세기에 걸쳐 약간의 표현방식만을 달리할 뿐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오며 급기야 영화로까지 만들어 졌다. <티스>는 공포스러움을 담고 있는 이야기의 소재에 유쾌한 코믹과 로맨스를 곁들인, 정말이지 독특한 영화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던(제스 웨이슬러)은 참으로 순결한 여고생이다. 순결서약 반지를 끼고 순결 클럽에서 감동적인 연설까지 하는 정말이지 청정 무결한 존재. 그러다 보니 집에서 완전 내놓은 의붓오빠 브래드(존 헨슬리)의 음탕한 눈길은 끊이질 않고, 학교에서는 그녀를 상대로 어떻게 한 번 해볼까 하는 놈들의 표적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꿋꿋하다. 물론 순결클럽에서 알게 된 첫 사랑 토비(헤일 애플맨)를 알게 되기 전까지만. 마음이 땡기면 자연스레 몸도 땡기기 마련인 남녀관계에서 던과 토비는 둘만의 계곡 데이트를 즐긴다. 그러던 중 순결서약을 집어치우려는 토비의 돌변으로 던은 순결성을 잃고, 던의 몸속으로 들어간 토비는 남성성을 잃어버린다. 그러한 잔혹한 순간을 경험한 던은 그제서야 알게 된다. 자신의 몸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산부인과 의사(조쉬 페스)는 그녀를 검사하던 도중 그녀로 인해 손가락 네 개가 잘려나가며 충격과 두려움에 소리친다. ‘버지니아 덴타타!!!’ 그녀의 질속에 있는 이빨의 존재에 대해서.
영화는 보다가 윽~! 소리가 나올 만큼 잔혹스러운 장면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절단된 남성의 성기 조각과 남은 성기를 부여잡고 피를 흘리는 남성의 처절한 모습은 피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와 합쳐져 고스란히, 그것도 너무나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긴다. 어쩌면 이렇게 다 보여줄까 싶을 만큼. 그리고 여자한테 나쁜 짓 많이 한 남자들은 좀 무섭겠다 싶을 만큼. 하지만 이러한 기괴스러움이 던의 감정에 따라 조절된 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상황은 변화의 양상을 띤다. 자신의 존재를 더 이상 스스로 두려워하지 않고 이것을 자신을 지키고 때로는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에게 순결함과 남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두려움에서 완전히 해방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영화의 소재와 연결된 기괴스럽고 공포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 전개되는 상황을 예측하고 긴장하며 순간 그러한 것에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순결한 존재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팜므파탈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던’을 참으로 ‘던’스럽게 연기한 제스 웨이슬러. 그녀는 독특한 여성성을 가진 던을 참혹한 상황에서도 엉뚱하고 발랄하게 표현하며 <티스>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선전을 보였다. 그리고 여성의 순결성과 파괴라는 이질적인 감정을 ‘버지니아 덴타타’라는 소재를 이용해 자극적이고 유쾌한 호러로 풀어낸 미첼 리히텐슈타인 감독. 그는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쓴 첫 작품 <티스>를 통해 감각적인 연출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으며 평단과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힘든 영화 <티스>가 국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2009년 1월 12일 월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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