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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늑대들이여! 여성을 쾌락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티스>의 던이 그대들을 가만 두지 않으리라
2009년 1월 20일 화요일 | 박정환 객원기자 이메일


이 영화에서 맨 처음에 나오는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은 의미심장한 의미를 가진다. 이 냉각탑은 영화 후반부 시퀀스에서도 동일하게 나오는 수미상응(首尾相應) 기법을 보이는데, 발전소의 냉각탑이 영화 가운데서 평범한 의미를 지닌다면 이런 방식의 연출은 사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냉각탑을 두 번이나 감독이 보여준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에서 수미상응 기법을 사용할 때는 그 의미를 보다 돋보여주기 위한 반복어법 아니겠는가. 영화 속 냉각탑을 영화 속에서 초반부 후반부 앞뒤로 보여주는 것도 일종의 강조어법과 매한가지다. 냉각탑은 - 혈관과 림프관을 보여주는 영화 오프닝 시퀀스와 절묘한 매치를 이루는 영화 속 장치로, 히로인 던(제스 웨이슬러)의 집과 아주 가깝게 위치한다. 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원자력 발전소와 던의 집이 아주 가깝다는 지리적 요건은 던의 가족들이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오염 가능성은, 다른 가족들 가운데 던이 가장 어려서 방사능에 제일 취약했던 탓인지 오직 던에게만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오염의 결과는 백혈구 수치 증가와 같은 통상적인 질환이 아니다. <엑스맨>(2000)처럼 새로운 종(種)이 탄생한다.

그런데 하늘이 내린 형벌로만 보이는 유전변이, 뜻밖의 횡재다. 이에 대해 상술하자면, 던의 유전적 변이는 남자들에겐 치명적이다. 정신분석학에서 자주 인용되던 바기나 덴타타(Vagina Dentata. 라틴어로 명기)가 현실화된, 상어처럼 날카로운 이빨 달린 질의 소유자다. 남자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거세 공포가 현실화된 것이다. 순결서약의 선봉자 던과 관계한 남성들은 잠깐 동안의 쾌락과 ‘물건’을 맞바꾸고 만다. 모두 처참하게 궁형(宮刑)을 당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치명적인 유전변이가 왜 횡재냐고. 그건 던을 강제로 범하거나 이용하려는 남자들에게만 ‘싹둑’ 할 수 있는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 영화 속에서 맨 처음 던과 관계를 맺는 남자는 토비다. 그런데 그는 던과 강제로 관계를 맺으려다가 이내 ‘사마천’이 된다. 두 번째 희생자는 던의 급우로, 던을 이용하다 ‘궁형’을 당한다. 영화를 잘 보면 그와 맨 처음에 관계할 때엔 아무 탈 없이 무사함을 보게 된다. 그건 던의 이빨이 자연적인 애정 관계를 가질 땐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던의 버자이너가 무조건 ‘가위질’만 해대는 생식불능 기제로만 작동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관계라면 이성과의 정상적인 애정 관계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나 던의 무의식이 수틀리면 이빨은 작동을 하고, 그럼 그 남자는 ‘싹둑’하고 썰리는 거다.

그렇다면 산부인과 의사의 손가락은 왜 잘렸을까. 산부인과 의사의 손가락이 그녀의 ‘동굴’을 의도적으로 농락 대상으로만 여겼기에 벌 받은 거다. 그냥 진찰만 했음 아무 일 없었을 게다. 세 번째 희생자는 이복오빠 브래드(존 헨슬리)다. 근친상간적 요소가 다분한 이번 잠자리는 던이 의도적으로 시도한 것이다. 브래드가 부모에게 행한 죄값을 받게 하기 위한 복수 말이다. 브래드의 애견이 브래드의 잘린 물건을 씹어 먹는 시퀀스는 관람객이 남성이라면 ‘심각한’ 장면이지만 다분히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지닌다. 그리고 영화는 네 번째 희생자를 암시하면서 끝난다.

브래드와 의도적인 잠자리를 갖고 그를 ‘고자’로 만든 던은 팜므 파탈(Femme Fatale)로 변한다. 이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시퀀스인, 던이 맹세했던 순결서약 기조(基調)에 관한 의도적인 비틀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녀의 팜므 파탈 변신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악녀가 아니다. 여성을 인격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공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불순한 남자들의 늑대 기질에 관한 영상 경고다. 즉 여성을 애정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단지 일회용 사랑 혹은 공략의 대상으로만 보는 나쁜 남자에 대한 거세공포의 현실화를 보여주는 영화기에 그렇다. 종족 보존을 위하라는 종족 번식 유전자의 요구에 충실한 이 땅의 늑대들이여. 여성을 한 인격체로서 애정을 갖고 대하지 않고 오직 쾌락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던이 그대들을 가만 두지 않을지 모른다.

2009년 1월 20일 화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12 )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4-15 16:08
taijilej
오   
2009-02-17 17:56
wnsdl3
쇼킹이네여..   
2009-02-12 01:42
kooshu
볼 땐 몰랐네여   
2009-02-02 02:27
mckkw
잘못하면 잘리겠다   
2009-01-30 16:39
shelby8318
글 잘 봤음/   
2009-01-22 16:14
bjmaximus
냉각탑이 그런 뜻이 있었군요,역시.. 잘 읽었어요.^^   
2009-01-22 10:43
sprinkle
이영화..그닥 땡기지는 않았는데 리뷰나 기사를 보면 또 한번 봐야할꺼같은..   
2009-01-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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