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남겨진 후회와 미련은 그리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또한 그로써 파생되는 못 다한 사랑에 더욱 뜨거운 열병을 앓게 만든다. 특히 상대에게 마음을 다하지 못했을 때의 고통은 이루 형언할 수 없다. 더구나 상대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면, 남은 이는 사랑 후에 남겨진 사랑으로 인해, 매 순간 가슴 끝이 저린 아픔을 ‘그리움’으로 버텨내야 한다.
남편 루디(엘마 베퍼)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하지만 그가 죽음과 대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건 자신이 아니라 아내 트루디(한넬로어 엘스너)다. 그녀는 남편과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자식들이 살고 있는 베를린으로 여행을 제안한다. 여행에서 만난 자식들은 어색하고 낯설기 짝이 없다. 그래도 루디는 서로가 함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곧 끝나게 될 자신의 시간을 알지 못하고서. 그리고 예정된 그들의 이별은 함께 한 여행지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애석하게도 세상의 시간을 먼저 끝낸 건 남편 루디가 아니라, 늘 그를 지켜주었던 아내 트루디다.
베를린의 복잡한 풍경은 그들이 살고 있는 조용한 마을과는 대조를 이룬다. 낯선 자식들과 낯선 베를린의 바닷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아내의 조각을 항아리에 담아, 둘이 갔던 길을 혼자서 돌아오는 루디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달프게 느껴진다. 남겨진 자의 가장 큰 몫은 떠난 자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들로 인해 생기는 그리움이다. 루디는 그녀가 사랑했던 옷을 자신의 옆에 두고 잠을 청하고, 그녀가 아꼈던 책들에서 아내의 체취를 느낀다. 그것들을 통해 증폭되는 그리움은 그녀가 추고 싶어 했으나 가정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일본의 부토 춤으로까지 번진다. 결국 그녀의 유품을 가지고 일본에 있는 낯선 아들에게로 향하는 루디의 마음은 사랑 후에 남겨진 ‘후회’라는 모든 감정을 아우른다.
영화는 곳곳에서 가슴을 애달프게 쓸어내리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첩첩이 감정을 쌓는다. 낯선 도쿄의 땅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이 된 루디의 모습은 홀로 남겨진 그를 더욱 부각시키는 장치다. 여기에 아내의 손수건을 도시 곳곳에 매어놓은 채, 자신은 두터운 코트 안에 아내의 옷을 입고 시내와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한 여자의 열정과 동경을 막아섰던 남자의 뒤늦은 미안함과 돌이킬 수 없는 허망함을 내포한다. 그리고 공원에서 알게 된 부토 춤을 추는 소녀와의 교류는 단순한 부토 춤에 대한 이해를 넘어, 아내를 이해하고 진정 함께하는 인생의 마지막 선물이자 깨달음의 눈물로 파생된다.
<파니 핑크>, <내 남자의 유통기한> 등의 작품과 다양한 분야의 활동으로 독일 문화를 대표하고 있는 도리스 되리 감독. 그녀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로 인해 진정한 사랑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이해되지 못하는 소통의 문제를 영화 안에 담았다. 또한 남겨진 자의 사랑을 너무도 절절하게 표현해 낸 ‘엘마 베퍼’의 모습을 HD를 통한 자유로운 촬영 방식 안에 담아, 현실감 있는 감정의 몰입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독일과 일본이라는 서로 상반된 동, 서양의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은, 사랑 후에 남겨진 자의 모습을 더욱더 가슴 깊이 새기게 한다.
2009년 2월 19일 목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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